2014년 3월 국제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 사망은 전 세계적으로 7백만명에 이르고, 이중 우리나라가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에서 실외 대기오염과 실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은 각각 1백67만명과 1백 62만명으로 집계됐다. 대기 중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뿐 아니라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심근경색 등 증세를 악화시키고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작년에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하는 검정탄소(BC, Black Carbon) 또한 1급 발암물질로 발표했다. 이렇듯 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국민건강에도 악영향이 누적되고 있는 반면 관련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퇴보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관련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디젤배출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언급하며, 내년 9월 도입예정인 경유택시 정책이 현실과 맞지 않는 거꾸로 가는 정책의 대표적 예라고 비판했다. 수천 개 화학물질의 복잡한 혼합물로 이뤄진 디젤 연소분진은 독성물질, 발암물질 등 환경호르몬으로 인식되는 40개 이상의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유택시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의학전문가들은 대기오염은 담배보다 심장질환 사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사망자수는 4.4% 늘어난다는 WHO 연구 결과를 인용해 경고 했다.

가장 확실한 대안은 배출원을 억제하는 것이다. 국내와 국외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메카니즘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천 가능한 방법부터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대기오염뿐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 또한 60%에 육박해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제안한 차량2부제는 가장 현실성 있는 단기방안 중 한 가지다. 초미세먼지 예비단계 발령시 차량2부제를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초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 발령시 차량2부제를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지난 3월 미세먼지 수치가 기준을 초과하자 차량2부제를 전면 시행했고, 중국 베이징시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위해 차량2부제를 실시해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에 의한 참여보다 국민들이 현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예보, 경보와 더불어 당장 실천가능한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마스크 사용 등 국민들 스스로 바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생활수칙으로 제안하면서 발생 원인을 줄이기 위한 정책 강화, 기술개발 등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당장의 경제적 유익을 보다가 더 큰 것을 잃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더 편리한 것을 찾는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덮어 버리고 기계적 해결방안을 찾는 모순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이번에 의학계와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함께 모여 전문지식을 전하고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바람직하다.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현황 보고와 실천가능한 대안제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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