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에서 잡음이 나고 있다.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가 저층부를 부분 개장했지만 안전문제는 불거지고 있다. 누수, 진동, 균열에 이어 인부추락사망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인명사고의 경우 작년부터 지난 16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사고가 발생해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작업 중 추락사, 배관기압 테스트 중 충격사, 구조물 붕괴사, 쇠파이프 추락 사상, 고층 화재 등 건설공사 중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들이라 하지만 제2롯데월드라는 타이틀이 달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엄청난 구조물이 혹시라도 이런 안일한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롯데 측의 의식이다. 안전불감증에 이어 ‘은폐형’ 사고방식이다. 롯데그룹 측은 사고가 일어나면 ‘정확한 경위 파악 중’, ‘공식적 입장 정리 중’, ‘당장 얘기하기 어렵다’와 같은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저층부에 있는 아쿠아리움과 롯데시네마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터졌다. 지하 1~2층에 있는 아쿠아리움 수족관에서 누수현상이 발생했고, 정밀안전점검 행정처분을 받았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상영관 14관에서는 진동이 발생했고, 조사를 위해 잠정폐쇄했다.

설상가상 잠실역 지하 공영주차장 벽면에서 물이 새 정부 합동점검단이 누수 지점을 점검한 결과, 제2롯데월드 지하 주차장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물이 샌 벽면 윗부분은 흙과 맞닿은 축대 벽과 그 바깥쪽에 벽이 하나 더 있는 이중 구조다. 그런데 제2롯데월드 주차장 출구를 기존의 공영주차장 출구와 잇는 과정에서 벽 사이 설치된 배수로를 막고, 물길이 막히면서 고인 물은 바로 아래쪽 콘크리트 틈새로 새어나왔다.

기업은 이윤추구 활동 외에도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책임이 있다. 이것을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라고 부르며, 전 세계에서 강조되고 있다. 책임을 지겠다면 진정성이 우선돼야 한다. 기업 활동이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반면, 부정적인 영향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저감시키겠다는 자의적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정부의 최소기준을 넘어 지역사회의 복지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안전은 기업의 사회적책임 중 가장 우선할 기본조건이다.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초고층건물이라면 어떻게 가족들과 함께 쇼핑하고 영화보고 음식을 먹으러 오라 손짓할 수 있겠는가. 롯데 측은 ‘이상없다’, ‘믿어달라’는 변명대신 눈으로 확인 할 근거와 자료를 성의있게 제시해야 한다. 검은 천 덮어 놓고, 쉬쉬하면서 만들어 놓은 것들이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준이 될지 의문이다. 매년 수십억의 성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있다고 자랑해봤자 소(牛) 잔등에서 털 몇 개 뽑아 흠집가리기로 쓰는 수준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롯데가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1류 기업이 되려면 가장 먼저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롯데는 한국인에겐 기업이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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