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10도를 내려가는 강추위 속에 사람들은 종종 걸음을 치고 그저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편엔 매섭게 부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빨간 냄비 뒤에 서서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종을 치는 사람들도 있다. 지하철 입구에서, 고속터미널에서, 광장에서, 톨게이트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매년 이맘때면 헌신하는 구세군의 손길이다.

구세군은 1865년 7월 2일 당시 감리교 목사 윌리엄 부스와 그의 부인이 런던에서 창시했다. 시작은 '그리스도교 선교회'라는 명칭으로 서민층을 상대로 빈민가 등을 찾아가는 노방전도의 목적이었다. 이후 사랑을 앞세우는 그리스도 신앙의 전통을 따르는 교리를 가지고 선교와 교육, 가난구제, 기타 자선 및 사회사업을 통해 전인적 구원을 목적으로 했고, 1878년 구세군으로 개칭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쓰임 받는 군대’는 사람에겐 복음뿐 아니라 빵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선교사업과 사회봉사사업을 일체로 삼는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군대식 제도를 모방하는 조직체계를 갖추고 교회를 국제적 단일조직으로 만들었다. 국제규모의 복음전도와 각종 사회사업을 전개해 세계 80개국에 1만 6000개 전도센터가 있고, 3,000여개의 사회복지단체·기관·학교·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06년여 전인 1908년 영국에서 파견된 로버트 호가트가 이끄는 10여 명의 사관이 선교사업을 시작한 이래 의료선교 및 고아원·양로원·육아원 등을 경영하고 있다. 구세군의 활동은 종교를 넘어 사랑의 실천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매년 70억 원 정도를 모금해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사용하고 있다. 구세군으로 헌신하는 이들은 작은 정성이 모여 큰 사랑을 이룰 수 있다면서 모두가 함께 만드는 ‘1000원의 기적’을 기대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을 잘 세울까 고민한다. 과거엔 1년 내내 바쁘게 뛰다가도 거리에서 몇 일간 들리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반짝이는 장식들을 보며 걸음을 멈췄다. 신선한 자극에 한 해를 사람답게 제대로 살았는가 돌아봤다. 그런데 최근 공통된 의견은 성탄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편리한 시설이 가득하고 놀거리 볼거리가 넘치고, 마음 먹으면 실시간대로 궁금한 것들을 다 찾아 볼 수 있어 관심이 시들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이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사랑 나눔이다. 바쁜 생활가운데 함께 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 이웃과 친지들을 발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것이다. 세계는 지속가능한발전 목표(SDGs)를 세우기 위해 나라와 인종과 피부색을 넘는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을 강조하고 있다. 불평등한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하도록 바꾸기 위해 각국의 역할과 국가 간 연대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난하고, 힘없고, 약한 소수를 지키는데 관심을 갖고 지원과 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세계의 약속이 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과 수고 덕에 우리도 오늘을 살 수 있었음을 잊으면 행복에서 멀어진다. 사랑을 바로 지금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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