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모든 어린이집을 싸잡아 의심과 비난의 눈초리를 들이대는 분위기다. 힘든 여건에서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봐온 교사들에겐 슬픈 계절이다. 손주가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더라는 뼈있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아이 돌봄은 힘든 일이다. 걱정스런 젊은 엄마들은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세상일이란 겪어보기 전엔 모르는데 그 중 백미가 육아일 것이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저인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애를 안 낳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애를 키울 능력과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잘 키울 자신이 없어 애 낳기를 포기하고, 또 몇 안되는 자녀를 더 잘 키우기 위해 돈 벌러 나가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이어진다. 육아란 먼 거리를 꾸준히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도 같고, 온갖 것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종합예술과도 같다. 질도 중요하지만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시절엔 그렇다.

요즘 부모들은 너무 바빠 애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육아엔 누군가의 헌신과 수고의 시간들이 필요한 데 그 중대한 일을 어린이집이 맡고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엄마가 키워도 야단치고 회초리들 일은 부지기수다. 부모도 힘든 것이 육아인데, 어린이집 교사 입장에선 ‘어린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사람을 키우는 일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 일이다. 자긍심을 갖고 일하기 어려운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사들은 헌신적이다.

인지, 사회성, 정서 뿐 아니라 시설, 식단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할 만한 어린이집을 찾았다 해도 도전과제는 늘 있다. 친구끼리 싸우고 다치고 선생님한테 혼나기도 한다. ‘함께’를 배워가며 하루하루 몸과 마음의 근력을 키워가는 사회적 공간인 어린이집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하물며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 줄 교사의 인성과 능력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은 교사들이 ‘애가 좋아서’ 어린이집 교사를 한다고 대답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직업이기 전에 사명으로 받아들이라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공동체 내에서 배우고 있다. 아이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회초리 들고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함을 가르쳤던 엄마의 악역을 선생님이 맡게 되었음도 인정해야 한다. 성경에도 아이를 위해 매를 아끼지 말라고 했다. 애착이 형성되어져야 할 시기에는 애착형성이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이고 특히 엄마와의 애착형성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세상을 이겨낼 힘을 키우기 위해 사랑을 줘야하듯 부수적으로 동반된 시련에서도 배울 것이 있음을 부모가 가르치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 시대 원치 않은 악역을 떠맡은 어린이집 교사들의 애환도 이해하며 감시 대신 교감하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신뢰를 기본으로 교사와 긴밀한 유대가 형성돼야 아이의 정서도 안정된다. 교사도 CCTV가 아니라 맡겨진 아이의 눈을 두려워하자.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유년기의 경험은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 육아는 우리사회 모든 구성원이 동참해야 할 국가프로젝트다. 이제 마음을 차분히 하고 다 같이 ‘대한민국 만들기’에 동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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