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최근 업무계획을 밝히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환경부는 생활환경 문제 최우선 해결, 찾아가는 환경서비스 확대, 저비용·고효율 환경관리, 시장친화적 온실가스 감축, 환경가치 보전과 현명한 이용, 환경과 기업 모두 웃는 환경규제 개혁등 6대 과제를 제시했다. 연초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정책기조를 마흔 두 번 강조한 ‘경제’로 정하고 국정 3년차를 맞아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국가혁신을 위한 국력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환경부의 이번 보고내용은 박 대통령이 밝혔던 경제중심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그 틀에 환경을 맞춰보려는 가상한 노력이 엿보인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국 단위 미세먼지 경보제를 처음 시행하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차량운행 제한, 도로 물청소 등을 조치한다. 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질소산화물에 대해서는 대기배출부과금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활환경을 첫 번째 과제로 내세운 것은 그래도 환경부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미세먼지 문제를 먼저 관리해 체면을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에 근거한 듯하다.

대기오염문제 해결에 304조원의 환경투자를 발표한 중국 등을 겨냥한 환경산업의 해외진출은 서둘러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단, 정부나 산하기관이 주도할 일이 아니며 국내 환경기업들이 제대로 값을 받고 일감을 따도록 정부가 보호와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 5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물 산업시장을 공략할 전초기지로서 3500억원 규모의 ‘물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왜 그곳이 대구이어야 하는 지를 분명히 해야 하고, 반드시 관계부처 및 기관과 공조해야 한다. 물 산업을 환경부 홀로 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 유엔에 제출한다는 계획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로 인해 기재부를 비롯해 막강한 부처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경제와 환경의 조화란 말로만 하는 립 서비스가 아니다. 공론화와 합의과정을 통해 서로가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3000대에 1500만원씩, 하이브리드차 3만대에도 대당 100만원씩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은 바람직하지만, 아쉽게도 경유택시 지원과 상충되며 그 빛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디젤 배기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국가들도 경유승용차 보급 정책의 문제를 인정하고 규제를 추진중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LPG 택시를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 단계인 ‘유로6(EURO6)’ 경유택시로 전환할 경우 연간 1만대씩 유가보조금(345.54원/ℓ)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경유차는 LPG차량보다 약 50~70배 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

그런데도 경유택시를 허용하는 것도 모자라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기가 막히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대기오염을 부추기고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되는 정책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울시는 대기오염과 시민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당연하다. 평소 목소리 높이고, 드러눕던 그 많던 환경단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사업장 중심으로 질소산화물의 대기배출부과금을 신설하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 24시간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경유택시를 허용하는 모순적 행동을 하고 있다.

환경부가 환경규제 철폐를 계속하겠다고 떠벌이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환경규제는 필요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규제합리화’가 맞지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철폐’할 대상은 아니다. 환경부는 선택과 집중으로 어느 것을 더 먼저, 더 힘써 할 지 분별해야 한다. 또한, 업무의 특성상 관계부처 및 관련 기관등과 어떻게 공조할 지도 밝혀야 한다. 풀어야 할 환경규제와 목을 걸고라도 지켜야 할 환경규제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의도를 참 충실히도 잘 따르고 있는 환경장관. 역대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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