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권리를 할당하고 주식처럼 팔고 사는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돼 1월12일 한국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거래시장이 열렸다. 1차 계획기간(‘15~’17) 중 대상 업체는 525개, 할당량은 3년간 15억9,800만 KAU(Korean Allowance Unit)이다.

그런데 지난 두 달여 동안 누적거래량은 1,380톤, 거래대금 1,155만원이 다였다. 1월 12일과 13, 14일, 16일 등 4일만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거래 첫날 기준가격은 톤당 7,500원으로 시작해 1,190톤이 거래됐고, 종가는 8,640원을 기록했으며, 16일에는 9,610원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올해 배출량에 대한 인증이 완료되는 내년 3월부터 ‘17년 배출권 제출시한인 내년 6월말 사이 거래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거래량 보다 산업계의 진정성에 있다.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의 논의 시작부터 줄곧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또, 배출권을 지나치게 적게 할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20억톤의 배출권을 신청했는데 16억톤만 할당했기 때문에 4억톤에 해당하는 12조원의 추가 부담이 있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EU 사례를 충분히 참고해 제도를 설계했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하면 오히려 남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제도 시행 이유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과잉할당에 대해서는 배출권거래제 1기는 적응에 초점을 맞췄음을 강조한다. EU도 처음에는 무상할당을 통해 제도를 정착시키는 과정을 겪었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결과 우리나라 역시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미리 감축하면 2020년 이후 감축량을 정할 때 유리한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산업계가 지금처럼 여러 이유를 대면서 미루면 나중에 더 큰 부담이 돌아올 수 있다. 앞으로 1년여 동안 거래는 잠잠하리라 예상하지만, 이 기간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보편타당한 기준을 세우고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생산 활동과 탄소저감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 배출권거래제의 목적이다. 산업계는 지구적인 이슈인 기후변화에 대해 책임질 부분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수용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저탄소제품을 만드는 방법과 기술에 투자해야 하고, 에너지, 화학 등 16개 부문에서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사업들도 늘려가야 한다. 공장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도심빌딩 등으로 의무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모든 분야가 관심을 갖고 자발적인 감축전략을 세울 필요도 있다.

그동안 세계 최대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부진을 핑계 대며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피해왔지만, 분위기는 크게 바뀌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통합 탄소배출권거래시장을 운영하면서 동북아의 저감목표를 도출하고 협력을 구축하는 선도적 역할을 해보자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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