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작된 국제유가하락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변화를 찾아 꿈틀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흐름이 ‘U’자형 사이클을 그리면서 한국은 앞으로도 1년 이상 저유가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국제 유가하락을 내수 활성화와 경제 선순환 구조로 유도해야 하며, 불필요한 경제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부추겨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저유가를 잘 활용해 우리나라의 취약해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저효율설비에 대해서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했던 정유나 화학산업도 이번 기회에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으로 재정비하자는 의견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 유가가 하락할 때마다 잘 나가는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분사했던 다국적기업들의 과감한 변신과 구조조정은 도전이 된다. 한국의 기업들과 정부도 1980년대 이후 수십년 만에 찾아 온 저유가 상황을 기회로 잡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수적이다. 해외 자원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원자재 값이 떨어져 자원개발의 열기가 한 풀 꺾인 시기가 해외 자원과 에너지개발에 최적기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에너지 개발은 그 성과가 당장에 나타나지 않고 10~20년 장기간을 요하기 때문에 멀리 보고 인내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시장상황 변동에 따라 투자의 성공 여부를 단기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되며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저유가에 따라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쇠락이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한 에너지 컨설팅회사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액은 약 342조원 규모로 2011년 이후 가장 많았고, 금년에도 시장규모는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능형전력망이라 부르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태양광 렌탈 같은 에너지 신산업도 집중 육성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자립도가 3%도 되지 않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신기술이나 IT를 활용하는 에너지 신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 투자를 줄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에너지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유한한 화석연료를 고려한 에너지 다변화정책의 일환으로 고려되고 지속적으로 투자돼야 한다. 더불어 에너지 생산과 수요관리에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 수요관리는 산업뿐만 아니라 건물, 수송, 분야 에너지 사용자의 소비 패턴, 행동유인 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자 중심의 수요관리를 강화하고,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분산형 친환경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지역에너지 거버넌스도 활성화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치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