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물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많이 있는 것처럼 산다. 물을 절약해야 하는데도 지역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물 값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정부는 눈만 껌뻑이고, 국민들은 생각 없이 펑펑 물을 써댄다. ‘물 부족’은 남의 일처럼 말이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물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권위 있는 기관들은 경고해왔다.

아프리카 같은 나라들은 제쳐 놓고라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지난 4월1일 주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물 사용량의 25%를 감축하는 강제절수를 명령했다. 4년째 혹독한 가뭄을 견뎌오다 내놓은 고육지책인데 금년도 피해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 부족국가’인 한국도 위태롭다. 별 뾰족한 대책 없이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2050년엔 물빈곤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우선 할 일은 물 현황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춥거나 덥거나 황사이거나 하는 날씨정보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많은 채널들을 통해 알리고 있지만, 물에 대해서는 대국민 정보 서비스가 없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물의 소중함과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물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 다기능을 오해한다.

식수와 생활용, 산업 및 농업용 외에도 운반수단으로, 레크레이션과 휴식을 위한 인프라 기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배제한다. 물의 가치를 절하하고 관리를 왜곡되게 만드는 모순된 부분이다. 다음 중요한 것은 물 값을 현실화하는 일이다. 1인당 하루 물소비량은 한국 333리터, 독일 151리터, 덴마크 114리터이며, 톤당 물 값은 한국은 610원, 독일 3555원, 덴마크 4612원 수준이다.

지난 수십년간 고질화된 ‘물 낭비문화’를 바꾸기가 쉽지 않겠지만, 물 값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면서 절약을 생활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물 부족은 기후변화시대를 살면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물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물 산업을 활성화하며 물의 재이용과 관련 신기술 개발, 교육과 인재양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방정부 및 관련기관의 물 관리와 관련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상시 감시기구를 설치하는 등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수자원의 현황 분석으로부터 정수처리, 공급, 이용, 재순환에 이르는 전과정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융합·관리하는 ‘스마트 물관리계획’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그동안의 물관리 노하우와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모든 수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라니 말이다. 물 정책은 에너지, 식량과 함께 묶어 수립해야 한다.

지구촌 최대 물 관련 행사인 ‘제7차 세계물포럼’이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물에 대한 비전을 새로이 하고 미래 안정된 물관리와 양질의 물 서비스는 물론이고 물 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강력한 자극과 도전을 받았는지 돌아보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서둘러 준비할 것들을 하지 않는다면 물 문제가 더 심각해졌을 때는 방법이 없다.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물은 대한민국의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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