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정서적 혹은 육체적으로 의지할 목적으로 사람 가까이에 두고 기르는 동물을 총칭하며 개나 고양이, 새, 파충류, 물고기 따위가 있다. 주인과 함께 식구처럼 먹고 마시고 옷 입고 온갖 사랑을 받는 동물도 있고, 힘과 부의 상징으로 사육되기도 한다. 티벳 산 사자개로 알려진 짱아오, 마스티프는 최근까지도 중국에서 수억원을 넘는 가격에 팔리면서 사람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며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 반면 학대받는 동물들도 적잖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개 약 160여만 마리, 고양이 40여만 마리가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반면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들이 인간에게 버림받고 수시로 동물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반려동물의 숫자가 늘어난 이유도 있고,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된 이유도 있다. 순종만 고집하는 순혈주의, 공동주택이라는 주거형태상 제한, 훈련인식 부재 등의 이유로 동물을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동물학대의 가장 큰 이유는 반려동물을 선택할 때 한 생명체로 의식하고 끝까지 잘 기르겠다는 마음 없이 충동적으로 분양받거나 구매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동물보호법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학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료와 물을 주지 않거나 방치해서 고통을 당해도 죽기 전까지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모 국회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학대받는 동물을 주인에게서 격리조치하고 그 소유권을 자치단체나 민간으로 양도토록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적용하자는 취지인데 영국의 경우 반려동물 소유자는 사육의무, 질병으로 부터 보호 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51주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한다.

가장 큰 학대는 동물을 버리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연간 10만 마리의 동물이 버려지고, 일부는 동물보호센터 등으로 보내지지만 주인을 찾거나 다시 입양 되는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당수는 폐사처리 되거나 자연사한다. 실제 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총 1만1395마리 가운데 53.9%는 자연사나 폐사처리 됐으며 45.7%가 주인에게 반환 또는 재입양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찍어내다시피 하는 동물생산 시장도 계속 커져서 2012년엔 9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돈만 주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고, 또 싫증나면 물건 버리듯 하는 생명경시 현상으로 인해 사회가 더 삭막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2008년부터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된 동물등록제 역시 실효성이 없다. 기르는 개에게 내·외장형 칩이나 인식표를 부착하는 제도이지만, 실제 등록대상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서류상 수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사회가 고도로 발달되면서 물질이 풍요로워졌지만 인간은 더 자기중심적이고, 마음은 고갈돼 가고 있다.

반려동물은 더불어 사는 존재다. 친밀한 관계를 통해 인간의 성정을 바로 세우는데 도움을 주는 가족이다. 반려동물 판매점에 이런 경고문을 붙이도록 법을 개정해보면 어떨까. ‘끝까지 돌보지 않으려면 사지 마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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