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6개월을 넘기며 힘든 공방이 오고갔던 한·미 원자력협정이 최근 타결됐다. 1973년 협정 체결이후 42년 만에 전면 개정이라는 대전환을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도 원전용 연료 생산을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문이 열리게 됐다. 이번 한·미원자력협정의 주요내용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실험단계의 건식 재처리 허용, 사용후핵연료 제3국 위탁재처리 가능,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 가능, 원전 수출제한 및 인허가 조건 완화, 40년에서 20년으로 협정기간 단축 등이다.

전반적인 농축과 재처리 권한은 여전히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연구등과 관련해 일일이 사전 동의를 얻어 왔던 것에 비교한다면 상당부분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급한 일은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수십 년 간 대책 없이 쌓아 두고 포화상태에 이른 사용후핵연료를 국내에 저장하거나 아니면 해외에 위탁 재처리할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 국민들이 보아 왔듯이 시설을 만드는 일에는 지역주민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된다. 고준위도 아닌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분장을 짓는데 만도 30여년이 소요됐고 수많은 갈등과 희생이 뒤따랐다. 더욱이 해외 위탁처리의 길이 열렸으니 국내에서의 타협가능성은 더 희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슨 국책사업이든지 국민 불신과 지자체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면 가장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 에너지 자립도가 매우 낮다. 힘들게 수출한 자동차, 반도체 대금을 에너지 수입에 다 써버리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동안 에너지 공급의 효자역할을 해온 원자력도 사용후핵연료의 국내저장이 곧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고, 대책마련 종료시한이 코앞에 닥쳤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의 한계 시점은 고리1호기의 경우 2016년, 월성은 2017년, 울진 2018년, 영광 2021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2050년에 50,000톤 2100년에 90,000톤에 이를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방사선과 열을 발생하고, 높은 방사성독성을 함유하고 있지만 반면, 준 국산 에너지 자원으로 전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면 부피가 1/20로, 발열량이 1/100로, 독성기간이 1/1000로 감소될 수 있다.

이것은 처분장 활용율을 100배 높이고, 처분장 관리기간을 300년으로 늘리고, 우라늄자원 활용율을 100배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협정을 기회로 삼아 국내의 우수한 원전관련기술을 발전시키고 인재를 양성하며,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우리가 만든 문제를 우리가 최대한 해결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

중소형원자로 수출은 한국이 석권할 수 있다고 외국 전문가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창출하려면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며,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과 소통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인내와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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