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공동체로 모여 배우고 익히며, 함께 사회를 체험해가는 대단히 중요한 장소다.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학교 경영악화 등 조건이 열악해 질수록 운동장 면적도 줄고, 설상가상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한 인조잔디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FITI시험연구원은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조사 후 유해물질 기준초과 학교의 숫자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학교 이름 등은 공개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녹색당이 시민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당 홈페이지를 통해 1037개교에 대한 유해물질 검출결과와 기준치를 초과한 174개 학교 명단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인조잔디는 일정기간 설치와 이용, 관리에서 편리함이 돋보이지만, 침출수가 발생하고 유해물질로 인한 질병 유발, 넘어졌을 때 사고, 세척 시 화학약품 사용, 내구연한 이후 교체 등 문제가 지적돼 왔다. 녹색당에 따르면 총 941개 운동장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됐고, 174개 학교에서는 ‘KS M 3888-1:2013’에서 규정하는 허용기준치를 초과했다.

경기도 한 중학교의 경우 납이 기준치(90㎎/㎏)를 87배 초과했고, 부산시 모 초등학교 충전재에서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합계가 기준치의 8배를 넘기도 했다. 암이나 아토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준치에 비해 적게 나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경북 모 고등학교 인조잔디 충전재에서 납이 87㎎/㎏ 검출된 것처럼 기준치에 거의 이르는 경우도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기준치마저도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의적으로 정해놓았다는 비판이다. ‘유해 기준치 이내’거나 교육부가 설정한 내구연한 ‘7년 이내’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 인조잔디는 접촉 인원이 많고 접촉 빈도수가 높아 훼손이 빨라 학생들이 유해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설상가상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수입된 폐타이어가 인조잔디를 만드는 과정에 사용됐다는 일부 보도를 접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국 교육청 중 절반은 문제가 된 학교들을 방치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확인한 인조잔디 운동장 중 개보수가 필요한 경우는 전국에 169개 학교에 달한다. 학생들의 안전한 교육환경과 건강한 성장을 생각한다면 신속히 조치해야 하는데도 중앙정부의 예산이 교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완조치를 미루고 있다.

일부 학교들은 축구팀 연습을 이유로 인조잔디를 고집하지만, 미국에서는 축구선수들이 연이어 암에 걸리면서 인조잔디를 둘러싼 반대 여론이 뜨겁다. 미국은 기준치 초과 유해물질이 검출되면 곧바로 인조잔디를 교체하거나 철거해야 한다. 학교 인조잔디는 그나마 검사라도 했지만 그 외 장소들은 제대로 점검되고 있지 않다.

수많은 놀이터와 공원에 설치된 폐타이어 매트 역시 인조잔디와 마찬가지로 질병 유발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뭔가를 지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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