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서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는 케이블카에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경제성 여부를 떠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 욕심과 지역개발업자들의 이해가 합쳐 자연환경을 볼모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2004년 만들어진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검토 및 운영 지침’은 케이블카 설치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고 곳곳에 방어 장치를 만들어 무분별한 케이블카 추진을 막았다. 지난 정부 때부터 규제개혁 차원에서 케이블카 설치 완화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됐다.

규제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면서 환경부는 2008년 12월 ‘자연공원 로프웨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1년 5월엔 ‘자연공원 케이블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까지 마련됐다. 자연친화적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고려사항으로 기존탐방로 폐쇄, 주봉 회피, 왕복이용 전제, 경제적 분석‧검증 등을 제시했지만 설치하자는 쪽으로 힘을 실어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산악형 자연공원 어디라도 케이블카가 들어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고 케이블카 궤도 길이도 5㎞로 늘렸으며 정류장 높이 역시 9m에서 15m로 올렸다. 자연공원에는 1971년 설악산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4개 국립공원과 5개 도립공원 등 총9개의 케이블카가 설치돼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곳은 모두 15곳 이다. 강원도 양양군은 수차례 자연환경영향을 검토했다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부결되면서도 여전히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등산객의 상도 하행 탑승 허용’을 계획에 포함시켜 걸어 올라간 사람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수 있도록 하면서 환경부 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에 맞게 계획을 제출해 승인받고 나서 이후 위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지산도립공원 얼음골의 경우 케이블카 개장 1년 만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환경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해 상부승강장과 연결이 차단됐던 등산로 개방을 결정했다.

설상가상 작년 8월 대통령 주재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결정된 ‘산지관광 특구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산지관리법, 산림보호법, 자연공원법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케이블카 개발이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연자원 보전과 이용의 조화가 깨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부 가이드라인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산지관광특구제가 시행되면 개발사업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없어진다는 의견이다. 규모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자연공원 케이블카 건설비용은 작게는 6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이 든다. 그런데 얼마나 수익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지역경제보다는 건설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립공원 제도가 처음 시작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한 곳도 없다. 호주의 경우 정상부 환경오염을 우려해 계획단계부터 시공,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하게 환경친화적 개념을 도입해가며 케이블카 설치에 10년이 걸렸다. 자연공원의 설립목적이 무언지 처음으로 돌아가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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