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을 한시 인하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8월1일부터 1년간 할인한다.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주택용 누진단계 4구간에도 3구간 요금이 적용된다. 산업계의 경우 토요일 중부하 요금이 적용되는 14시간 중 2시간을 제외한 12시간 동안 중부하 요금 대비 절반 수준인 경부하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산업부는 여름철 냉방 전기요금이 늘어나 누진제에 따른 가계 부담 요인이 되고 있고, 최근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침체로 인한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인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 취지를 발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보다 낮은 값싼 전기요금을 낮추면서 더 사용하라고 부추기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중심을 잃은 전기요금 정책은 전력수요 증가에 이어 발전소와 송전탑을 계속 건설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다음 단계는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늘릴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환경파괴, 주민피해, 자원낭비, 갈등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할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정부도 2014년 1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전기와 유류의 상대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수요관리 중심 정책으로 전환을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장기 에너지 정책을 뒤집고 전기요금을 낮춰 오히려 전력수요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서민층의 지지를 올리기 위한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산업부는 최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원전 13기, 석탄화력발전소 27기를 추가 증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의 지적처럼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 가능성이 거의 없고 LNG 발전소 가동률이 50%도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세운, 이해하기 힘든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전기소비는 불과 0.5% 증가했지만 연간 4.3% 증가할 것으로 보고, 그 기준에 따라 발전설비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전기요금 인하가 실제로 서민층을 위한 것인가도 의문이다. 2014년 8월 주택용 전력요금 현황을 보면, 가구별 평균사용량은 251kWh로 요금인하 혜택을 받는 7~9월 동안 가구 수는 전체의 29.9%인 647만 가구다.

일반적으로 5단계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가 대부분 중산층 이상 가구라는 점에서 서민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월 4만7260원 이하 전기요금을 내는 하위 55%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전기소비를 부추기고 다시 전력생산을 늘릴 명분을 얻게 되는 악순환을 스스로 자처하는 셈이 된다.

단기적인 칭찬을 듣기 위해 장기적인 국가에너지 정책이 흔들려서는 절대 안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무한정 에너지와 자원을 제공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전기요금을 낮추는 건 마약과 같다. 약발이 떨어지면 또 줘야 한다. 절약이 먼저다. 절약도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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