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원효터널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으로 핵심은 천성산을 통과하는 폭 14m 높이 11.5m, 길이 13.28㎞의 산악터널을 뚫는 작업이었다. 사업비 3240억원을 예상하고, 현대건설 등 7개사가 참여한 이 사업은 그러나, 도롱뇽 서식지 등 생태계파괴를 이유로 반대하는 민간단체들과의 마찰로 공사중지와 공사재개 등 힘든 과정을 겪었다.

환경영향평가를 두 차례나 실시했고, 우려할만한 파괴의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공사를 재개해 완료 후 2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환경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신의 결과는 국민 혈세의 공중분해였다. 국익을 내세운 대형 국책사업들은 예외 없이 전문가들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를 불신하면서 갈등을 겪었고, 수백억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국고낭비를 초래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 사업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해당 사업으로 인해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미리 예측·분석하고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획과정의 일환이며 의사결정 지원 수단이다.

사후대책만으로는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하에 각종 개발계획의 추진단계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준비됐는데 오히려 불신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우리나라는 2012년 7월22일부터 통합·시행된 환경영향평가법을 근거로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을 돕는 하수인’으로 저평가하고 있다. 환경평가가 기여한 성과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해 밝히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 부분도 알려 소통에 나설 필요성이 높다.

그러나 정량화된 수치와 통계로 성과를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환경적 손실은 경제적 편익에 비해 계량화 작업이 복잡하며 가치관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어 판단기준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연구결과는 환경편익을 계량화해 객관적 판단을 지원할 수 있어 주목된다.

KEI 연구에 따르면 화력발전소의 경우 37개 사업이 환경평가 협의과정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해 연간 5272억원 건강편익이 발생한다.

고속도로는 터널과 교량의 비율 증가로 지형 및 생태축의 연결성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건설됐는데 11개 사업이 환경평가로 1km 당 85m 지형연결성 추가 확보, 13개 사업이 교통소음 저감 위한 방음벽 설치로 연간 24억원 환경편익이 발생된다고 예측했다. 종합환경영향지수인 KEI EA-Index도 눈길을 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사업별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신뢰를 쌓아가길 기대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나 연구도 신뢰에 입각한 대화와 소통 없인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간다는 원칙을 갖고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정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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