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환경보건 종합계획(2011~2020) 수정계획(안)’을 만들어 대국민 공청회를 가졌다. 수정계획안의 주요 정책방향은 꼼꼼한 환경보건 조사·감시체계 마련, 환경피해 구제(救濟) 시스템 정착, 환경유해인자 관리의 사각지대 해소, 미래 환경보건 문제에 선제적 대응 등이다.

환경보건 분야 학회, 전문가와 함께 수정계획을 구체화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 참여와 알권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소통체계도 마련하고, 학술·시민단체 지원, 국제교류 확대 등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5년간 2조원을 투자한다는 종합계획을 보면 환경보건센터 기능 강화에 242억원, 학교 환경보건 대책 2940억원, 환경보건기술 개발 839억원, 화학사고 R&D 717억원 등 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환경보건 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예산은 51억원에 불과하며, 어린이 환경안전 관리에는 583억원을 책정했지만 노령 인구 환경보건 대책에는 6억원만 배정해 민간단체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민과의 소통도 없고 환경성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등 과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보건을 강화하겠다면서 내세운 ‘사전주의원칙’이 개정안에서는 ‘사전예방원칙’으로 슬그머니 바뀌었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참여와 알권리를 부각시켰지만 지역주민 외에도 지자체, 시민단체, 기업들까지 이해관계자의 폭을 넓히고 역할을 구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0년간 환경보건 분야는 양적으로 확대됐다. 가습기살균제,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등을 겪으면서 화평법이 신설되고 화관법이 개정되는 등 질적으로도 큰 변화도 겪었다. 그러나 국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환경보건 정보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정부대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전문가들 역시 환경보건정책을 보통 혹은 미흡이라고 평가한다. 20개로 늘리겠다고 밝힌 환경보건센터도 가습기살균제 사고 때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로 신뢰가 저하돼 빛을 보지 못했다. 환경보건관리사 자격증 제도 신설 역시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부도 환경보건분야에서 정부 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며 환경성질환자 증가 및 생체 내 유해물질이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환경보건이 강조되면서 환경정책의 무게중심도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 토양, 공기 등 매체 중심 관리에서 사람이라는 수용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관관계를 밝혀 사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주민은 물론 기업과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환경보건 분야 강화는 필요하지만 무엇을 우선하고 중심에 놓을 것인가 공론화와 합의 과정을 투명하게 거쳐야 한다. 환경부는 국민 신뢰를 중심 가치로 삼고 국민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제시해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규제부처로서 중심을 잃지 않고, 고유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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