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시대를 피해갈 수 있는 주체는 아무도 없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사는 모두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배출과 기후재앙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 대학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상아탑이다.

학문과 인격을 수련하고, 비전을 세워 가며 지도자들을 배출해왔지만 한편, 다량의 화석에너지소비 등으로 인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 새로운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부와 지자체, 지역협의회, 대학들은 ‘그린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2016년부터 시작될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진정성 있는 변신이 필요한 때다.

그린캠퍼스 운동은 대학의 비전과 한 맥락에서 유지돼야 지속가능하다. 기후변화시대 필요한 학문에 집중하고, 관련 적응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고, 수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별 특성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먼저 대학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그린캠퍼스 시스템을 갖추도록 변화해야 한다.

총장과 이사장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을 바탕으로 예산과 조직을 확보하고, 커리큘럼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교수들은 모든 분야와의 융·복합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시대 학생들에게 창조적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도록 건전한 자극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및 관련기관,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이슈를 밝히고 개선책을 찾고, 학교 캠퍼스를 적극 활용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기후변화로 인한 게릴라성 집중호우, 폭염 등은 앞으로도 계속 그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 재해에 취약한 원인에는 불투수면적의 증가도 있다.

전통마을은 도로가 흙으로 되어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는 구조지만, 지금은 도로를 따라 물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단 시간 우수가 집중돼 침수되곤 한다. 또한 물이 모이는 저지대에 주택 및 상가가 밀집돼 재해에 취약하며, 하천변과 급경사지 주변에 조차 거주지가 조성돼 있다.

앞으로 기후여건은 더 악화되고, 슈퍼 태풍도 가능한 것으로 보여 더 큰 피해가능성이 있다. 예산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는 입지와 토지이용이라는 선조들의 기후재난관리 지혜를 배워 기후변화적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취약성을 고려한 입지계획, 물그릇 배치 등이 필요한데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태풍과 폭우에 대응하기 위해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대규모 지하 저류지를 만드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평소 잘 활용하지 않는 녹지, 화단 등 오픈스페이스 시설에 방재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학은 지역 기관, 주민들과 협력해 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찾아 대비하고 재해 발생 시 대피 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예방에 대한 인식을 더 높이고, 재난 컨트롤 타워 기능도 강화하고, 대학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예방에 투자하면 복구비를 30~50% 줄일 수 있단다. 기후변화시대를 극복할 지속가능한 대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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