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동체 안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좋은 풍속을 이어왔다. 가장 자주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결혼식과 장례식장이라 하겠다.

특히 장례식의 경우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와 슬픔당한 이들을 위로하며 정을 나누는 뜻 깊은 자리가 된다. 그런데 졸지에 가족을 잃은 슬픔에 경황없는 유족들에게 잘못된 장례문화로 인해 이중고를 겪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그 첫 번째는 관례적으로 진행해온 장례 비즈니스다. 유족들의 심리를 자극해서 자식 된 도리를 강조하며 비싼 수의를 입히고, 비싼 관을 사용해 마지막 가는 길에 효도를 다하라고 부추긴다.

이것저것 따져볼 경황도 없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다보면 상당한 금액을 이미 지불한 상태가 되지만 돌이킬 수도 없다. 수년 전부터 장례절차를 대신하는 상조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관련한 문제들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10년엔 업계 1, 2위 상조회사 대표들이 수백억원 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한 상조사는 값싼 중국산 수의를 국내산 대마수의로 속여 비싸게 판매하다 덜미를 잡혔고, 유족에게 납골당 분양을 알선하면서 수십억원 이상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까지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장례문화 전반에 걸쳐 비리가 만연해 있다. 망자가 발생하면 영안실을 시작으로 묘지나 납골당 등에 안치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영업맨들이 끼어들고 거품이 생긴다.

전국 장례식장은 1000여개, 빈소는 4900개에 달하는 반면 하루 평균 사망자는 730여명으로 상당수가 비어있는 상태다. 망자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고 빈소를 채우지 못한 일부 장례식장들은 장례용품을 강요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등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장례용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게 장례식장은 절대 권력자다. 한 차량 제공업체는 다른 업체보다 절반이나 낮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기막히게도 장례식장 측은 가격을 2배로 올려 받고 절반은 장례식장에 상납해야 계약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조문객에게 대접하는 음식, 수의, 꽃, 관, 사진 등 모든 장례용품에도 거품이 있다. 관과 수의는 무려 200~300%의 이윤을 남긴다. 이렇게 곳곳에 리베이트와 중개업자들이 끼어 가격을 부풀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얄팍한 상술에 넘어가 잘못된 문화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장례 전과정에 걸쳐 친환경적이고, 친 서민적인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시민들이 나서서 고쳐나가야 한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턱도 없는 비싼 수의 대신 생전에 입던 옷 중 가장 좋은 옷을 사용하자.

유골의 골분을 나무,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자연장(自然葬)은 국토잠식과 환경훼손, 과다한 비용 발생 등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생활공간 가까이에 조성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경제적이며 관리가 편리하다.

장례를 보여주기 체면치례 대신 진정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바른 삶을 다짐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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