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고 사실상 막을 내렸다. 개원 초부터 대선이라는 과제를 푸느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런 저런 당리당략을 따르다보니 어느새 임기를 마치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민을 앞세웠던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로인한 대가를 국민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다. 나라 전체가 많이 힘들다.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대기업들은 대기업들대로 일할 맛이 나질 않는다.

대통령 혼자 목이 쉬도록 규제철폐를 외쳐도 별 달라지는 것도 없다. 지방에 가보면 분위기는 더 썰렁하다. 너나할 것 없이 장사 안돼 죽겠다고 아우성들이다.

세계를 이끌던 조선업이 힘없이 무너져 가고, 기업들은 당장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윤리도 패대기치고 남의 것 베끼기를 경쟁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 악성부채와 금융권 부실, 사회적 불안 같은 것들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그렇게 잘나가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 멀리 보는 비전이 없다.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이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이 치열한 세계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정부는 과학기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도전이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고, 20대 국회는 이 일에 필요한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 우리 사회가 혁신해야 할 것 중 첫 번째는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있는 지부터 바르게 알려야 한다. 또한,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주변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보는 것이다.

2015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2000만명 가운데 중국인이 500만명, 한국인이 400만명이었다. 인구 수 대비로 본다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위안부, 독도 등 숱한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일본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은 상호 신뢰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못살고, 짝퉁 만드는 나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은 전혀 다르다. 14억 가까운 인구의 중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대국이다. 빠르게 변신하며 새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에서 지난해에만 443만개의 벤처기업이 설립됐고,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은 377억 달러에 달한다. 동북아에서 한·중·일의 경제 협력과 문화교류를 한 차원 높이는 일은 우리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야할 과제다.

세 번째로 투자를 늘리는 일이다. 교육, 기술, 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 정부가 정책방향을 명확히 하면, 민간이 이익을 계산하고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한강이라는 소설가가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 한국인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흥을 키우고, 끼를 발휘하도록 판을 제공하면 먹거리 만드는 한국형 창조경제가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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