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지 등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제주의 불법하수처리 실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제주하수처리장은 제주 도심의 화장실 오수와 생활하수, 봉개쓰레기매립장의 침출수까지 모이는 곳이다.

그런데 제주하수처리장에서 하수를 정상 처리하지 않은 채 방류해 인근 주민들은 심한 악취로 큰 불편을 겪고 생태계 훼손마저 우려되고 있다. 주민들은 하수처리장 인근 앞바다에서 시커먼 액체가 하루 종일 용솟음치는 것을 목격했다.

모 언론은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202일간 이곳에서 하수를 법정 기준에 맞게 정화하고 방류한 날은 불과 닷새뿐이고, 나머지 197일은 기준치를 넘어선 하수를 방류해 온 것으로 밝혔다.

이 곳은 씨알 굵은 고기도 많아 스쿠버다이버들이 많이 찾는 어장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낚싯배들도 피해가는 오염된 바다로 변해버렸다.

기막힌 것은 지자체는 시설물이 노후화돼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 천혜의 자산들이 훼손돼도 별 문제 아니라는 의식이 더 큰 문제다.

설상가상 선박에서 폐윤활유통이 제주 바다로 유출되면서 협제해변 인근까지 기름띠가 형성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제보를 받고 투입된 해경 등 20여명이 긴급 방제작업을 실시했고, 오염원을 조사한 결과 버려진 폐윤활유통을 확인했다.

이미 오염되고 있는 제주에 폐윤활유통 몇 개 버려도 괜찮다는 도덕적 해이가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처럼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의 계산법은 100에서 1을 빼면 0이 된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전체를 망가뜨리게 된다는 의미다. 제주도민들은 심각한 오염실태를 몰라서 넘기는지 알고도 방치하는지 의문이다.

제주도 인구는 65만6000여명에 달한다. 제주에서 인생2모작을 준비하는 귀농·귀촌 인구와 창업자들이 증가하고, 외국인도 지난해보다 1078명이 늘어 1만2000여명에 달한다.

관광객은 하루 평균 14만 명을 넘었고, 자동차는 46만여대에 달하고 제주 시내 곳곳은 수시로 교통 혼잡에 빠진다. 하수처리와 쓰레기 처리도 한계에 달했지만 뾰족한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

2002년부터 중국단체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중국인 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 관광객총량제 도입 등 뭔가 특단의 조치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법규를 준수하도록 도민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제주 도민들이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선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제주는 아름답고 청정한 섬으로 세계에 자랑해왔다. 제주의 장점을 살리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을 세우고 합의하는 일이 우선이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제주의 특성을 파악하고 도민들과 함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점검하면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제주도민들은 그에 합당한 리더십을 세우고 지지해야 한다.

제주는 도민과 국민을 넘어 세계인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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