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생활을 편리도록 돕는 여러 제품들이 있다.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를 비롯해 탈·염색제, 소독제, 방청제, 방충제 등 수많은 생활화학제품들이 사용된다. 그런데 대부분 사용자들은 제품의 성능에만 집중할 뿐 안전성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정부나 관련기관들도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제품의 유해영향이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하는 위해성평가를 제안해도 오히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치부해버리곤 했다.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지만 가습기 사건 이후 피해자가족 및 민간단체들의 활동과 언론보도를 접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년부터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진행한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다.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위해우려제품 15종과 공산품 4종에 대한 제품 23,388개의 성분 및 함량 등을 조사해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초록누리’를 통해 공개했다.

스프레이 형 3개 품목에 대한 위해성평가 결과 10개 업체, 18개 제품이 위해우려수준을 초과해 회수권고 조치됐다. 이 중엔 평소 ‘친환경, 그린’을 판매 전략으로 이용하며 각종 행사들을 주최하고 후원해 온 유명업체들도 포함돼 있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문제가 된 스프레이형 방향제에는 미생물, 해충 등 유해생물을 제거·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살생물질 이소프로필 알콜이 위해우려수준을 두 배 가까이 초과한 것으로 보고됐다. 과다 노출되면 구토, 두통, 일시적인 감각 마비 등의 위험이 있는 물질이다.

또한 한 대형매장에서 판매한 분무형 세정제에는 피부화상이나 눈 손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디데실디메틸염화암모늄(DDAC)이 위해우려기준 0.14%의 두 배가 넘는 0.36% 포함됐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여전히 솜방망이를 들고 쇼를 한다고 비판한다. 기업의 의무를 강조하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중대재해처벌 도입, 제조물 책임법 강화 등 규제를 뺀 채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을 처다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름만 보고도 구입을 결정할 정도로 유명한 기업들이 이번에 명단에 오른 걸 보면 과연 어디까지 기업을 신뢰해야 할까 의구심이 든다.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바탕으로 제품 안전성을 확인하고 소비자들에게 관련정보를 충분히 전달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화학물질 안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기업을 무분별하게 벼랑으로 몰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어쨌든 국민은 기업이 포기한 안전성을 시험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가 주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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