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 덕에 며칠 맑은 하늘을 보기는 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피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집단지성을 활용해 최적의 미세먼지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서울시의 제안에 광화문광장엔 원형테이블이 펼쳐졌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언론인, 학생, 주부 등 제한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터넷으로 신청한 서울시민 3000여명이 240여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두 시간 넘게 토론했다.

참가자들의 연령도 다양했는데 10대들(23.7%)이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들도 참여해 나름 준비한 대안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 전 웹보팅을 활용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가장 많았던 답은 중국과의 대기질 개선 도시외교(28%)였고, 이어 친환경에너지전환을 위한 지자체협력(22%), 노후경유차 저공해화와 운행제한(18%), 서울형 대기오염 예·경보제운영(13%), 혼잡통행료 부과 및 차량2부제(8%), 미세먼지 취약계층 황사마스크지원(6%), 대형음식점 오염물질 방지시설 설치(2%) 순이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모아진 2000여건의 시민의견에서는 경유차 운행 제한, 차량2부제 등 ‘차량운행규제’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중국과 외교협력 강화(11%)는 그 뒤를 이었다.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미세먼지를 심각한 재난으로 간주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사대문안에 노후경유차 진입을 제한하고,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에는 차량2부제를 자발적으로 실시하도록 유도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무료 운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디까지 실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미세 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급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참가자가 3000명을 넘겨 심도있는 토론이 어려웠고, 열린 공간에서 진행된 이유로 산만하고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시민참여를 인터넷으로 유도하고 대중이 광장에 모여 미세먼지문제를 공론화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문제는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 결과를 다시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다시 의견을 듣는 환류(feed back)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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