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여성의 은퇴설계에 대해서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한국 여성들의 빈곤율은 47.2%로 OECD 30개 국가 중 가장 높다. 같은 나이의 남성 빈곤율은 40% 내외인데 여성의 빈곤율이 남성보다 훨씬 더 높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더 높은데, 사별이나 이혼 후 홀로 사는 기간에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여성의 노후 준비가 더 취약하다는 뜻이 된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여성 84세, 남성 77.3세다. 여성이 남성보다 6~7년 더 오래 산다. 평균적인 부부의 경우 아내가 2~3살 정도 연하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본다면 아내는 남편보다 10년 정도 더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또한 평균적인 라이프사이클로 보면 아내가 남편의 노년기 간병을 한 후 홀로 남아서 자신의 간병기를 맞이하는 흐름이다. 남성은 배우자의 간병을 받지만 여성은 간병을 해줄 배우자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도 풀이 된다.

 

여성은 노후 독신 기간의 생활비와 의료비, 간병 비용 등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기 삶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두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이혼으로 인한 곤란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혼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쪽은 여성이다. 특히, 긴 세월을 전업주부로 살아왔다면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의 경우에 독자적인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부은퇴설계에 있어 여성의 노후준비를 따로 챙기기 위해서는 “함께 준비하되, 따로 준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부부가 합쳐서 하나의 연금설계를 하는 형태가 아니라, 부부가 따로 준비해서 두 개의 연금설계를 한 후 나중에 이 둘을 합쳐서 노후생활을 하면 연금설계 총액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만약의 불행한 경우가 일어나더라도 혼란이 덜 할 수 있다.


전업주부의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나중에 연금을 탈 수 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 제도 덕분이다. 최소 매월 8만9100원씩 10년이상 납부하면 65세 이후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8만9100원을 10년 내면 65세 이후로 매월 현재 가치로 16만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남편의 연금에 이것을 합치면 의미 있는 준비가 될 것이다.

 

개인연금 가입 등의 은퇴 재무설계를 할 때에는 남편 사후 아내의 생존 기간을 고려하는 게 좋다. 특히, 아내가 남편의 개인연금을 사후에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의 은퇴설계에 있어 독립적인 자금설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삶에 있어서도 자신의 고유성 없이 남편과 자녀에게로만 쏠려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자신의 생에 대한 분명한 계획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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