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기준이 다소 주관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도시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의 월 총소득이 4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로 보면 대체로 무난할 것이다. 부유층은 아니지만, 안정된 직장생활 또는 제법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운영하거나, 부부가 맞벌이를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가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산층은 기본적인 생계를 한 후 일정 정도의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할 여유가 있는 가구라 할 수 있다.


가구의 기본생활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의 경우 남은 부분으로 노후를 위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중산층 은퇴설계에 3가지 큰 덫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과도한 자녀 교육의 덫, 자산의 편중, 그리고 은퇴설계의 불균형이 그것이다.

 

과도한 사교육비는 이제 엄청난 사회문제다. 사회적인 해법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도 이 덫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수입은 중산층인데 사교육 소비는 초호화판으로 하는 모순에서 빠져나오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교육열이 높은 걸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수를 넘어서는 수준이 되서는 안 될 것이다. 가정마다 사교육비의 분명한 상한선을 정해놓고 지키길 바란다. 그리고 이의 절감을 통해 노후준비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대표적인 자산 중에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게 은퇴설계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가계의 자산 비중은 평균적으로 70%가 부동산, 30%가 금융자산으로 이뤄져 있다. 서구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과도한 부동산 비중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집값이 계속 오를 때는 자산 가치가 이자 이상으로 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부동산은 현금화하기도 어렵고, 가격이 떨어지면 큰 문제가 된다. 더욱이 대출을 통해 부동산 자산을 확보하면 이자와 원금 상환 때문에 생계에 곤란이 올 수 있다.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비중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다. 코스닥 등 시류를 많이 타는 고위험 주식이 금융자산이라면 너무 위험하다. 현금과 예금 등의 저수익 안정형 금융자산, ELS 같은 중수익 중위험 금융자산, 주식 등의 고수익 고위험 금융자산, 보험 등 금융자산과 주택 등이 안정된 조화를 이루도록 자산 구조를 재편성하는 게 좋겠다.


마지막으로 중산층 은퇴설계가 재무적인 면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은퇴설계는 곧 연금설계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연금 하나 들어놓고 나면 은퇴설계 다했다고 느끼고 다른 쪽은 아예 준비할 생각조차도 않는 사람이 있다. 재무와 비재무의 영역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은퇴설계가 이뤄질 수 있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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