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직업 활동으로 가장 쉽게 재취업을 떠올릴 수 있다. 창업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 모두 사정이 좋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자 재취업 시장이 열악하다.

단순 노무직이나 판매 같은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고용 형태도 임시직 비중이 높다. 일을 원하는 고령자들은 많은데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다. 재취업이 힘들고 그나마 일자리도 나쁘다 보니 창업하는 은퇴자들이 많이 있다. 창업은 실패율이 높다.

1년에 절반, 5년 내 80퍼센트가 문을 닫는 현실이다. 50대 후의 창업 실패는 고통과 여파가 매우 크다. 백퍼센트 성공 가능성이나 준비가 없다면 창업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대신 창업의 대안으로 ‘창직’이라는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창직은 한마디로 새로운 직업이나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프리랜서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재취업이나 창업의 형태로 창직을 하기도 한다. 창직은 ‘새로운 일을 창조한다’는 게 핵심이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와 경륜, 폭넓은 인간관계가 있다. 여기에 새로운 것을 덧붙이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쌀 90퍼센트에 콩이 10퍼센트 들어가면 콩밥이 된다”는 말이 있다. 기존의 것에 색다른 요소를 가미해도 좋고, 재료나 형태를 바꾸어도 좋다. 또 순서와 배치를 달리함으로써 새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기존에 존재하는 직업에 새로운 가치를 덧붙이면 특별한 직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은퇴자가 창직을 고려해본다면 자신이 오랫동안 일했던 직종이나 업종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을 발굴해보면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평소의 꿈, 취미, 특기 등을 살려서 직업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좋다.

패스트푸드점 앞에 서 있는 흰 양복 입은 할아버지를 아실 것이다. 그의 이름은 커널 샌더슨이다. 식당을 운영하던 그는 도로 공사 때문에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그때 그의 나이 65세였는데 수중엔 남은 돈도 거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독특한 결정을 한다. 옛 미국에서는 닭을 팬으로 튀겨서 먹었는데 그는 시간이 빠른 압력 튀김 방식을 썼다. 그래서 이 조리법을 식당에게 전수하고 로열티를 받는 새로운 사업을 생각했다. 처음엔 이 계획이 잘 풀리지 않았다. 지금 마스코트처럼 말쑥한 흰 정장을 입고 미국 전역의 식당을 방문했는데 무려 1008번이나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후에야 첫 계약 체결이 이뤄지고, 투자자가 나서서 새로운 개념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던 것이다. 고생 끝에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직업을 창조한 것이다.

이렇게 직업과 경제활동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면 새로운 형태의 직업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용기를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를 바란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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