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각박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귀농이나 귀촌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귀농과 귀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귀농은 다른 직업에서 일하던 사람이 농어업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다. 이에 비해 귀촌은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주거지를 시골로 옮기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귀농은 연간 1만1000 가구 2만명 내외가 하고 있다. 그 수가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반면 귀촌은 2012년 1만5788가구, 2013년 2만1500가구, 2014년 3만3442가구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농어업으로 직업 자체를 바꾸는 사람들 보다는 시골로 주거지를 옮기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보면 되겠다.


귀농 귀촌을 할 때는 단계가 필요하다. 우선 귀촌이냐 귀농이냐에 따라 절차가 다르다. 귀촌을 할 때는 결심이 먼저다.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해야 시작되는 것이다. 도시에 비해 일자리가 많지 않은 시골로의 이주이므로 경제적인 생계 유지가 가능할지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커뮤니티, 인간관계를 떠나는 것인데 이것을 감수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쉽게 형성할 수 있을지도 따져야 한다. 그리고 함께 살 가족과 의논해야 하고 합의도 필요하다. 귀촌에서는 귀촌 여부와 거주지를 가족과 함께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귀농은 좀 더 복잡하다. 귀촌과 마찬가지로 귀농도 결심이 먼저다. 내가 진정으로 농어업을 하면서 살기를 원하는지 냉정히 들여다봐야 한다. 주변 사람이나 귀농을 한 사람,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도 필요하다. 단순히 현재의 삶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심이 섰다면 가족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조사와 교육이 필요하다. 작목을 선택하는 일이 먼저다. 그 후에 관련 영농 기술을 교육기관으로부터 전수받으면 된다. 그리고 정착지를 물색한다. 이런 과정에서 주말마다 귀농생활을 경험해본다거나 하는 등 예비 체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사를 간단히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요즘 귀농은 ‘농업 창업’이라는 형태로 표현된다. 일반 창업에서 아이템이 중요하듯이 귀농에도 작목이 중요하다. 적성에도 맞아야겠지만 기술 능력, 자본력 등이 뒷받침되는 작목을 선택해야 한다. 농산물은 재배를 시작해 수익을 올릴 때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4개월이고 길게는 4~5년이 걸리는 작물도 있다.


관련 영농 기술도 많이 배워야 한다. 다른 환경과 커뮤니티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느냐도 중요하다. 이런 여러 가지들을 고려할 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귀농 귀촌은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추진하거나 성사시키기 어렵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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