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주권 확립 위한 생태특성 연구 필요
항생제, 화장품 등 상용화 시도 활발

 

20세기 이후의 급격한 산업 발달은 인류에게 유래 없는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제공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지구 곳곳에서 생태계 파괴와 생물종 감소 현상이 문제가 됐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종은 현재는 물론 미래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1992년 6월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게 됐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범지구적 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해 지속가능한 이용과 이익의 공유를 모색하자는 목적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도 취지에 동참해 1994년 10월에 15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생물다양성은 또 다른 국가자원


최근의 생명공학 분야 발전은 생물종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더해 주었다. 생물다양성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국가적 자원으로 인식하게 됐다. 생물다양성협약에 이어 생물유전자원 활용에 따른 이익의 공정한 공유를 위해 2014년 10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생생물종에 대한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국제적 정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자생생물종의 보전과 국가적 생물주권 확립을 위해 2007년 인천에 국립생물자원관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제까지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개념은 육상생물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의 생물종 발굴과 활용연구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하천, 호소 등의 담수영역에 서식하는 미생물, 동물, 식물과 같은 담수생물자원이 지닌 잠재적 가치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자생 생물종에 대한 총괄 관리와 비담수생물자원 업무는 기존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수행하고, 2015년 7월28일 개관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국내외 담수생물자원에 대한 연구로 분담하게 됐다.


미래에 개발 가능성이 가장 크게 기대되는 생물자원으로 물에서 자라는 조류(藻類)가 있다. 조류는 육상식물을 제외한 모든 광합성 생물을 일컫는 의미로, 생육지에 따라 바다에서 자라는 해조류(海藻類)와 담수조류(淡水藻類)로 구분된다. 조류는 현재 약 4만 종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담수조류는 중요한 담수생물자원 중 하나이다. 그러나 생육지 특성상 조류의 정확한 종수 및 실태에 대한 연구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다양성이 높은 담수조류는 민물에서 왕성한 유기물을 생산함으로써 수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담수조류의 광합성 산물인 산소는 물속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생물체는 2차 생산자인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돼 수생태계 먹이사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온 상승과 수질의 심각한 부영양화로 인한 일부 유해 남조류의 과도한 발생은 하천이나 호수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심한 악취와 독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다수의 담수조류 가운데 식용, 약용, 에너지 등으로 이용 가능성이 높은 종들이 많다. 녹조류인 클로렐라와 남조류인 스피룰리나는 이미 고단백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돼 상품화돼 있다.


독일 및 이스라엘 등과 같이 물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나라를 중심으로 생육속도가 빠른 담수조류로부터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담수조류가 지닌 지방 성분을 비롯한 각종 기능성 물질, 천연색소 등은 미래의 남겨진 생물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논에서 자라는 일부 남조류는 공기 중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질소를 고정해 벼의 생육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친환경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가치 ‘조류’ 연구 활발


국내 유일의 담수생물자원 연구기관인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경상북도 상주시에 부지 120천㎡, 건축 연면적 23천㎡로 건립됐다. 담수생물 배양실, 생물 유전자 분석실, 생물표본 수장고 등을 비롯한 각종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2개의 대형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을 비롯해 남부지방의 난대림을 재현한 전시온실 등을 설치해 생물자원에 대한 이해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모든 건물은 지열,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빗물저장시설, 옥상녹화 등을 통한 자원절감형으로 신축됐다.


21세기 중, 후반기에는 생물자원을 활용한 생물기술(BT)산업이 주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다양한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한 생물 관련 산업이 꾸준히 육성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미지의 생물자원으로서 가장 잠재가치가 큰 국내외 담수생물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담수생물이야말로 육상식물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국가의 자산이다. 앞으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 주어지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뜨거운 성원을 모아 우리나라가 담수생물자원의 강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안영희 관장

(약력)

성균관대학교 졸업(학사), 성균관대 대학원 졸업(석사), 일본 홋카이도대 대학원 졸업(농학박사)
중앙대 생명자원공학부 교수, 중앙대 산업과학대학 학장, (사)한국환경생태학회 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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