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 ‘반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정년퇴직 후에도 완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새로운 일자리나 구직시장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을 빗대어 자조적으로 만든 용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런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사실, 이건 요즘 생긴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 연령은 OECD 국가 중 1~2위에 가깝다.

요즘 같은 시대에 반퇴는 그리 나쁘거나 씁쓸한 용어는 아닐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왜 늦은 나이까지 일하느냐? 일자리의 질은 어떠냐?’ 등이 문제인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생계나 자녀 양육 같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퇴직 후에 일해야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반퇴라는 용어가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일하는 이유와 일자리의 질을 생각하면 서글프고 가혹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은퇴와 휴식을 동일시하는 은퇴관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바뀌는 게 좋다고 본다.


상담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직선형 은퇴관을 가지고 있다. 평생을 일하며 달려오다가 정년퇴직을 기점으로 일이 끝나고 휴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단절형, 사다리형 은퇴관으로 변한다.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정점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다. 개인이든 사회든 이런 직선형 은퇴관의 부정적 측면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이런 은퇴관이 잘못 발현되면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계속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은퇴로 인한 상처를 안게 된다. 상실감이나 좌절감도 크고, 어떤 경우에는 당연히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한다는 피해의식 같은 것도 생길 수 있다. 반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도 직선형 은퇴관이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을 해보면 인생이나 직업생활이 정년퇴직 전과 이후로 칼로 두부 자르듯 나뉘지는 않는다. 꼭 직선형 은퇴관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사회 전체의 생각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직선형 은퇴관 보다는 ‘등산형 은퇴관’을 가지면 어떨까. 사다리를 오르듯 가장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직업의 정상에 올라섰다가 다시 조금씩 내려오는 형태를 말한다. 공식적 퇴직을 기점으로 직업 생활 전체를 조금씩 줄여가는 은퇴 생활을 하는 게 삶의 리듬과도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울 것이다. 주변에 평생 은퇴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무(無)은퇴’가 은퇴관이다.


은퇴관을 바꾼다 해도 현실에서는 그렇게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은퇴설계가 필요하고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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