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육이나 상담을 할 때 은퇴설계의 5가지 원칙을 즐겨 말하곤 한다. 그 내용은 “첫째, 돈보다 삶을 설계하라. 둘째, 일과 절약을 고려하라. 셋째, 자산의 균형을 맞추라. 넷째, 가치를 상속하라. 다섯째, 실천하라”다. 그중 첫 번째를 꼽는 다면 돈보다 삶을 설계하라는 것이다.


은퇴 후를 돈만으로 설계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은퇴설계가 지나치게 돈 중심으로 흐르고 있음을 꼭 지적하고 싶다. 은퇴 후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돈과 관련된 것이다. ‘은퇴설계는 곧 연금설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이 있다. 현실에서 돈의 힘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지, 목표는 무엇인지 등을 먼저 계획해야 한다. 돈은 그다음 순위다.


우리가 잡은 은퇴 후 목표와 계획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돈을 계산하고 이것을 준비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른 순서다. 단순히 은퇴 후에 얼마가 필요하다니까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경제적 부분, 은퇴 후 생활 속 하나의 수단일 뿐

 

일부에서는 은퇴 후 기본 생활이나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최소한 얼마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금액은 5억, 10억 이런 식이다. 이렇게 목표가 크면 어떻게 될까? 가난한 사람들은 은퇴설계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준비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나는 은퇴설계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보다 여건이 좋은 중간층 사람들은 어떨까? 돈 중심으로 생각하고 목표를 크게 잡아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버거운 연금에들었다가 중도에 해약하곤 한다. 연금이라는 것은 대표적인 장기저축 상품이라서 10년 이내에 해지하면 연금다운 혜택을 볼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연금의 10년 이상 유지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과도한 걱정과 무리한 목표 설정이 낳은 부작용이다. 은퇴설계가 돈 중심으로 흐르면 부유층에게도 부작용이 생긴다. 나는 돈 걱정이 없으니 그것으로 은퇴설계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빼고 돈 준비가 됐다고 해서 은퇴설계가 끝났다고 여기는 식이다.


 

왜 이런 폐단이 생길까? 은퇴설계에서 돈을가장 먼저 앞세우기 때문이다. 은퇴 후 삶 전체를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그 속에 수단으로서 경제적 부분을 포함시킬 것을 권해 드린다. 그것이 바른 순서다. 인생 전체에 대한 설계도가 먼저고, 돈은 그다음 순위다. 은퇴설계의 우선순위를 지키자.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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