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으로 야생동물이 전례없는 속도로 사라지고 있으며 더군다나 한국은 생태계가 흡수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생태적 적자에 빠져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성장에 급급해 바쁘게 달려오다 보니 자연을 되돌아볼 여유는 엄두조차 못 냈는지 모르겠다. 본지는 자연에서 만나는 생태적 가치를 전파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 불을 댕기는 야망 활동가, WWF 한국본부 윤세웅 대표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이 지속가능사회 앞당겨
잠재력 갖춘 미래세대…생태교육 통한 방향 제시

 

WWF는 세계적인 비영리 환경보전기관으로 1961년 스위스에서 설립됐으며 세계 100여개국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500만명 이상의 후원자들과 함께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환경보전 활동을 해왔으며 2014년 공식적으로 한국본부가 설립됐다.

 

WWF는 ‘기업이 움직이면 친환경 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함께 활동하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행보다. 다른 환경단체와는 다르게 기업의 체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인으로서 오랜 시간 일해 왔던 WWF 한국본부 윤세웅 대표의 이력 덕분이다.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WWF-Korea) 윤세웅 대표

WWF 윤세웅 대표는 “왜 기업과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논리는 시장변화 이니셔티브(Market Transformation Initiatives, MTI)로써 착한기업(환경·사회적 이익을 고려한)을 만들면 이익이 크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기업의 사회적 가치)을 알려서 기업을 설득한다면 지금 세계시장을, 지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기업들은 진짜 가치를 찾기 위해 기업 활동이나 제품의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따져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WWF-US 제이슨 클레이 부회장에 따르면 현재 약 500개의 기업이 주요 원자재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들 기업의 변화를 통해 전체 시장을 변화시켜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윤 대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변화하는 과정 속 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 책(보고서)이다”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설명하는 책을 통해 문제를 짚어주고 해결책까지 제시함으로써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WF는 최근 지구의 현황을 총괄적으로 조사하는 보고서인 ‘지구생명보고서’를 발간해 지구생명지수(Living Planet Index, LPI) 등의 지표를 활용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원인 등을 분석해 전파하고 있다.

 

보고서 발간 … 정부·기업·사회에 경각심 고취
윤 대표는 “한국본부에서 일하는 동안 총 32권의 책을 발간했다. WWF 본부에서 나오는 ‘지구생명보고서’를 포함해 한국 차원의 ‘DMZ 철원 두루미 가이드 북’ 등을 제작했다”며 “WWF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고려해 글로벌 주제(황해생태계 프로젝트 등)를 정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재두루미 등 주제를 정해 전문적인 책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클리어에너지 비전 2050’ 등을 발간해 정부에 정책제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 인증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획득이나 인증제품 구매처럼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변화하라고만 한다면 성공적인 시장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는 양식 해산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준 없이 생산하고 구매가 가능하게 돼 있다. 양식장에서 방부제를 사용해도 우리는 믿고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에서 양식장 지속가능인증(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ASC)을 만들기 위해 1년간 발로 뛰었지만 잘 안 됐다. 그러나 최근 ‘청산바다’라는 기업이 찾아와 인증을 받겠다고 해서 올해 말 첫 전복양식 ASC 인증을 받을 계획이며 이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준 없는 양식 해산물, 국제인증 추진
한편 WWF는 향후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생태적 가치를 전파하는 수준에서 그 치지 않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멘토로써 시간을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 강연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 강연이 마쳐도 학생들이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데 아이들을 통해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특히 최근 강연을 진행했던 통영고등학교 학생들은 직접 생태 연구를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실제로 고등어 연구를 시작하겠다는 여학생과 꾸준히 메일을 주고받으며 조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WWF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한국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한국의 생물다양성 보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 강연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인기 강연 프로그램 테드(TED Talks)의 형식을 빌린 ‘판다토크&투어(Panda Talks & Tour)’ 프로그램을 국내에 론칭해 시즌2에 들어갔다.

 

‘판다토크·투어’로 보전 리더 양성
오는 11월21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되는 판다토크 시즌2는 ‘시장변화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강연을 마련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말로 전달해도 한 번 체험한 것만은 못하다. 더불어 백령도에서 울릉도까지 생태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 기업의 CEO와 함께 생태현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윤 대표는 “최근 기업의 CEO와 함께 철원을 방문해 두루미를 보는 ‘두루미 철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석양을 배경삼아 내려앉는 두루미를 바라보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모습에 감동을하더라. 자연에 대한 생각을 CEO가 하게 되면 기업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이 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회사 워크숍을 연계한다든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만졌더니 변화가 보인다”며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일에 다양한 방법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은 결국 강요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움직임이다. 가치를 알면 새로운 세상이 들어오고, 그것들이 모여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미래에 다가갈 수 있다. 지구의 자연환경 악화를 멈추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한 WWF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사진·정리=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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