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3개도(경상남도, 전라남·북도), 1개시, 4개군, 15개 읍·면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으며, 그 면적이 483.022㎢로서 22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지리산(智異山)을 글자 그대로 풀면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 이라 한다. 이 때문인지 지리산은 여느 산보다 많은 은자(隱者)들이 도를 닦으며 정진하여 왔으며 지리산 골짜기에 꼭꼭 숨어든 은자는 그 수를 추정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적 숭앙을 받아 온 민족 신앙의 영지(靈地)였다. 지리산의 영봉인 천왕봉에는 1,000여년 전에 성모사란 사당이 세워져 성모석상이 봉안되었으며, 노고단에는 신라시대부터 선도성모를 모시는 남악사가 있었다. 반야봉, 종석대, 영신대, 노고단과 같은 이름들도 신앙을 상징한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고봉 준령마다 영기가 서리고, 계곡은 웅장하면서도 유현(幽玄)함을 잃지 않는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 능선의 거리가 25.5km로 60여리가 되고, 둘레는 320여 km로 800리쯤 된다. 지리산의 너른 품안에는 1,500m가 넘는 20여개의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20여개의 긴 능선이 있고 그 품속에는 칠선계곡, 한신계곡, 대원사계곡, 피아골, 뱀사골 등 큰 계곡이 있으며, 아직도 이름을 얻지 못한 봉우리나 계곡이 많다.

이렇게 넉넉한 지리산의 웅장하고 아늑한 산세는 영·호남의 지붕으로서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며, 생명의 산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지리산의 북쪽으로는 만수천-임천-엄천강-경호강-남강-낙동강이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흘러 생명수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천왕봉 바로 아래 위치하고 있는 천왕샘을 비롯하여 주능선 곳곳에서 끊임없이 샘물이 솟아나고 있다." 산은 사람을 가르고, 강은 사람을 모은다." 고 했다.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이렇게 3도 1시 4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풍부한 동·식물만큼 그 문화는 동서간을 이질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권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지리산은 단지 크고, 깊고, 넓은 것만으로 설명이 안되는 다른 매력이 있는 산이다

공원의 깃대종은 반달가슴곰과 히어리다. 깃대종이란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종이다. 또 그 중요성으로 인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종을 말한다.
반달가슴곰은 몸은 검정색이며, 가슴에 V자 모양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게가 80~250kg이고 수명은 야생에서 약 25년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있다. 겨울잠을 자며 바위굴이나 나무구멍을 이용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곰 종류는 반달가슴 곰과 불곰이 있는데, 불곰은 북한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토리, 열매, 산나물, 가재, 꿀 등을 먹는다.
히어리는 특산식물로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경기도 백운산 등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구례 천은계곡, 산청 대원사계곡, 하동 대성계곡, 남원 뱀사골계곡 등 저지대에서 관찰되고 있다. 잎이 지는 작은 키 나무로 4월에 길게 늘어진 노란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지리산국립공원 에서는 산 정상이 아닌 산록부 양지바른 지역에서 관찰된다.





Q.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국립공원, 어떤 가치가 있나?
A. 지리산은 한반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생물다양성의 씨앗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형을 크게 결정짓는 산맥이 백두대간이다.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뿌리로서 한반도 자연의 모태가 된다. 지리산 면적은 한반도의 약 0.2%를 차지한다. 또한 우리나라 생물종의 약 20%인 7,882종이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생태계의 보물창고이다.

인문학적으로도 지리산은 삼국시대부터 천왕봉과 노고단에서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낼 만큼 민족신앙이 뿌리 깊었던 곳이다. 백성들이 어려울 때 들어와 기댔던 산이고, 임진왜란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서 의병을 일으키거나 중요한 전투를 치루었던 곳이며, 한국전쟁과 빨치산 항쟁에서처럼 민족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그런 것을 다 포용하면서 현재도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면서, 숭배하면서, 마음속에 깊이 심어 놓은 산이다.

방치되고 훼손됐던 자연과 문화를 보존함과 동시에 적정하게 이용하려 한 국립공원 이념이 최초로 구현된 지리산은 그 존재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



Q. 지리산국립공원의 숨겨진 명소를 추천한다면?
A. 종주능선이 대표적인 지리산의 명소다. 종주능선을 찾았다면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장쾌한 능선의 이모저모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걷는 ‘슬로우 산행’을 추천한다. 또한 이 종주능선이 수평으로 펼쳐진 장관을 멀리 바라보면서 걷는 하동 삼신봉에서 세석평전으로 이어진 ‘작은 능선길’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길이다.

노고단과 세석평전의 녹색 구릉지대의 훼손지 복구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곳이 과연 복원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노심초사했다. 이 곳을 지켜보면 늘 가슴이 뭉클해온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면서 곰을 쫓아다녔던 험준했던 ‘곰길, 곰바위, 곰탱이(곰이 나뭇가지를 얽어매어 만든 보금자리)’들도 생각난다.

Q. 지리산에 살고 있는 생물은 몇 종이나 되는가? 생물종을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한 계획은?

A. 지리산에는 한반도 생물종의 약 20%인 7,882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좀 더 정밀한 조사를 하면 15,000 종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리산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특정한 자연자원들이 어떤 상태로 서식하고 있는지를 알기위해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현재 5개 분류군에 대해 35개 지역(격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또한 특정 생물종이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탐방객 출입을 금지하는 특별보호구를 20개소(약 18㎢) 지정하여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아울러 서식지 교란과 단편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샛길출입 금지, 생태계단절구간에 생물이동통로 설치,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생물종 제거, 주요 훼손지에 지리산 자생식물 식재, 유전자원 보존을 위한 거목(巨木) 조사 및 멸종위기식물 증식, 생태계가 우수한 사유지 매입, 32개 지점에서 수질환경 측정 등의 보전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Q. 칠선계곡의 탐방예약이 시작되었다. 특별보호구인 칠선계곡을 소개한다면?
A. 칠선계곡은 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곳으로, 수 백 개의 폭(瀑)·담(潭)·소(沼)가 원시림 속에 어우러진 절경이다. 약 10km에 달하는 칠선계곡은 천왕봉에 가까워지면서 깎아지른 급경사 지형으로, 1997년의 태풍 ‘사라’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하고 길 흔적이 사라지는 큰 지형변동이 있었다. 이에 탐방객 안전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사람출입을 제한하는 특별보호구로 지정하했다. 그러나 탐방제한은 지역주민들의 생계에 지장을 주어 갈등을 초래했습니다. 이에 따른 공원사무소·지역주민·시민단체 간 합의로 2008년부터 중·하류 계곡은 개방하고, 중·상류계곡은 안전사고 우려가 적은 5-6월, 9-10월에 매주 2회 최대 60명의 예약자를 공원직원이 인솔하는 가이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칠선계곡의 탐방예약·가이드제도를 시행한 결과 수많은 야생생물들이 자연그대로 어우러진 생태계가 유지되고, 탐방객들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천혜의 비경을 향유하게 됐다.자연을 엄정하게 보전하되, 국민들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국립공원 정신’이 가장 잘 반영되고 있는 곳이 칠선계곡이다.

Q.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 국립공원에 끼치는 영향이 있나?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또 최근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국립공원은 기후변화를 감지하는 최일선 현장이다. 위치적으로 가장 남쪽(한려해상/다도해)과 북쪽(설악산)에, 그리고 가장 높은 곳(지리산)에 국립공원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경우에는 아고산대를 이루는 능선부의 구상나무와 전나무 등의 침엽수들이 쇠퇴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바람이 많으며 토양층이 얇고 건조한 봉우리 지역에서 그런 현상이 많다. 이에 대해 세석평전의 구상나무 숲과 같이 생육상태가 양호한 침엽수들의 서식처를 온전하게 보전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어린나무들을 쇠퇴지역에 이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생물들의 이동이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생물이동통로를 철저히 보호하거나 새로 조성하고, 습지나 물웅덩이, 고사목그늘과 같은 다양한 서식지요소를 제공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따듯해진 날씨로 꽃은 피었는데 곤충이 나타나지 않는다든지, 개구리가 일찍 산란을 했으나 뒤늦은 꽃샘추위로 알이 부화되지 않는다든지, 신갈나무 잎이 일주일이상 빨리나와 다른 생물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등의 현상이 이미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거대한 기후변화현상은 돌이킬 수는 없는 것으로 향후의 생태계 변화가 어떨지를 미리 예측하여 대비해야 한다. 특히 탐방객들의 폭염에 의한 탈진이나 체력저하가 예상되며 기온상승에 의한 특정 곤충이나 바이러스의 창궐도 예상되기 때문에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이에 관한 연구와 대책마련을 하고 있다.




Q. 주5일제와 여가시간 확대로 국립공원 탐방객이 늘어나고 있다. 증가추세는 어떠한가? 탐방객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A. 최근 5년의 국립공원 평균 탐방객은 약 4천5백만 명으로, 무등산과 태백산이 최근에 편입된 것을 감안하면 약간의 감소추세에 있다. 지리산의 경우에 2016년 탐방객 수는 약 290만 명으로, 이는 2014-2015년 대비 약 2%가 감소한 숫자다. 이는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라 등산과 도보여행 이외의 레저활동이 증가했고, 컴퓨터게임이나 전자오락과 같은 여가패턴의 변화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메르스와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여 야외활동을 꺼리는 추세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공원에 대한 탐방객 감소는 한편으로는 자연보전과 쾌적한 탐방환경 조성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연과의 교감 부족과 호연지기를 할 기회가 감소되고 있다는 면에서 부정적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계층의 국립공원 체험이 증가되어야 한다.

지리산사무소가 시행하고 있는 14개 탐방프로그램에 참가한 탐방객 수는 2016년에 약 13만 명으로 이는 총탐방객 수의 13%에 이르고 있다. 주요 탐방프로그램은 자연관찰로 자연해설과 명소 스토리텔링, 사찰 문화해설, 유아계층을 위한 숲 학교,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학교’, 중학생을 위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등이 있다.

자연해설과 스토리텔링 등의 탐방프로그램은 자연과 문화와 사람을 연결시켜 국립공원의 경이롭고 신비한 현상을 체험하게 하고, 국립공원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킨다는 면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야 할 공원관리영역이다.

Q. 탐방객과의 소통을 위한 방법이 있다면?
A. 20~30년 전만 하더라도 탐방객들에 의한 자연훼손, 환경오염, 고성방가 등이 심해서 이런 무질서한 탐방행태를 규제하고 단속하는 공원관리자들과 탐방객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있다. “나 하나쯤 어떤가, 대형개발행위는 허용하고 산나물 뜯는 것은 안 된단 말인가, 모르고 했으니 눈감아 달라” 이런 류의 대화가 고성으로 이어져 멱살잡이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국립공원은 정말 깨끗하고 쾌적해졌다.

그러나 공원정책과 공원관리기준 등에 대하여는 아직도 많은 분들께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즉, “보전과 이용, 원시적 환경과 안전한 환경, 빠름과 느림” 등에 대하여 다양한 사고가 존재하고 있다.
국립공원 관리는 마치 ‘360도 동그라미에 바늘이 있는 시계’와 같다고 표현한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바늘이 가르치는 어느 한 점에 해당하는 이들은 찬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모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잘 정비된 탐방로에 대하여 노약자들은 찬성을, 전문산악인들은 반대를 한다. 이에 대해 중간 수준의 결정을 하면 두 계층 모두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국립공원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 자연의 본래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탐방객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우리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하여 공원관리자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딱딱한 자리에서 하는 것보다는 ‘힐링콘서트, 사진전시회, 시 낭송회, 걷기대회, 생태관광’과 같은 부드러운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고,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Q. 국립공원의 앞으로 100년을 위한 과제와 포부는?
A. 과거의 한국의 자연 100년은 아픔의 역사였다. 지리산의 예를 들면 일제강점기에 호랑이와 곰을 멸종시킬 만큼 엄청난 자연수탈이 있었고, 이후의 한국전쟁과 가난 때문에 치명적인 자연훼손과 자연남용이 있었다. 그래서 국립공원 지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1967년 지리산을 필두로 국립공원제도를 정착시키면서 현재까지의 50년은 치유의 역사다. 전쟁과 벌목, 야영 등에 의해 맨살을 드러냈던 훼손지들을 모두 녹색 숲으로 되돌렸고, 반달가슴곰과 여우를 복원할 만큼 생태계 회복에 노력을 기울였다. 무질서했던 탐방문화도 공원에 쓰레기가 크게 감소할 만큼 수준이 높아졌고, 무등산과 태백산의 국립공원 지정을 지역주민들이 찬성할 만큼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이제 국립공원의 앞으로 50년, 100년은 영광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자연과 문화를 온전하게 보전해 그 혜택이 현세대와 미래세대에게, 국민과 지역사회에게 고루 돌아가는 ‘지속가능한 사회, 생태복지 사회’의 모델로 국립공원은 바로 설 것이다.

국립공원과 주변의 산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국토생태네트워크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여 한반도의 옛 금수강산을 재현할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자연생태계에서 구심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세계최고 수준의 국립공원 시스템과 공원관리 역량을 구축하여 선진국가로서 모범적인 ‘국립공원 격’을 갖추고, 국민들에게 더 많은 꿈과 힘과 자부심을 주는 국토의 상징물로 각인될 것이다.

Q. 지리산국립공원 50주년을 맞이하여 향후 50년의 비전과 과제는 무엇인가?
A. 지리산의 향후 50년 미래상에 대한 국민과 공단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자연, 생명, 국민, 행복, 건강’이 미래의 키워드로 제시됐다. 이에 지리산의 미래상을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생명의 산, 국민의 산’으로, 지리산사무소의 비전을 ‘지리산 대자연과 국민을 위한 창조적 공원관리’라고 잠정적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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