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이 재정위기 등으로 정부 지원과 함께 수요가 줄고 있으나 공급 과잉으로 굴지의

기업들이 파산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지금까지 태양광 산업은 정책적 지원에 기대 성장했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 뿐만 아니라 호황을 경험한 태양광 기업들이 앞 다퉈 공격적인 투자를 한 탓에 공급 과잉도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태양광 산업의 구조 재편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2010년은 태양광 산업에 있어서 최고의 해였으며, 2009년의 부진은 짧은 성장통처럼 여겨졌다. 올해 3월 일본 대지진에 의한 원전 사고로 2011년에 대한 전망도 밝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어둡고 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태양광 산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지만 현재의 불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산업 내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침체의 골이 깊은 2011년 위기

 

2000년 이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태양광 산업은 2009년에 한 번 위기를 겪었다. 2008년 전체 수요 중 40% 이상을 차지하던 스페인의 정책적 지원 축소와 유가 하락 등의 이유로 수요가 위축됐고, 이는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 2009년 공급 과잉률은 60%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20% 이상의 영업 이익률을 구가하던 관련 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Q-cells, Suntech 등 상위 5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로.

▲국내 수요의 40%를 차지했던 스페인 등 남유럽의 재정악화로

각국 정부 지원이 축소되고 있다.

2011년의 위기는 2009년에 비해 침체의 골이 깊다. 우선 정책적 지원의 축소로 인한 수요 감소가 문제다. 발전 용량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 가중과 태양광 모듈의 가격 하락 등에 따라 독일과 이탈리아, 체코 등은 2010년 정책적 지원을 줄이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11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유럽의 재정 위기로 지원 축소의 시기가 당겨지고 있으며 감축 정도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페인은 보조금의 45%를 삭감한다는 기존 계획과 달리 지난 6월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탈리아도 2011년부터 발전차액지원(FIT : Feed In Tariff)을 4개월마다 6%씩 감축하겠다는 계획에서 축소 폭을 확대했다.

 

올해 5월 통과된 ‘제4차 FIT 제도’를 통해 6월부터 2011년 말까지 추가로 10%를 삭감하고, 2012년 10%, 2013년 15~20%, 2014년에는 50%까지 지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요 견인은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에 의한 것이었지만 재정 부담과 판가 하락 등의 이유로 앞으로는 파격적인 지원에 따른 수요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의 상황도 2009년보다 심각해 수요 대비 공급 능력은 2배가 넘는다. 공급 과잉률이 100%를 상회한다는 의미다. 2010년 호황 이후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결과 공급 과잉 심화는 가격 하락을 야기하며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미국의 Solyndra와 Spectra Watt가 파산했고, 독일의 Q-Cells과 중국의 Suntech도 매물로 나왔다. 2009년 위기 때에는 중국 기업의 90%가 무너졌으나 대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굴지의 태양광 기업들 역시 생존의 갈림길에 있다.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대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원가가 원유 등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드 패러티 달성 시기까지 출혈 경쟁에서 버틸 수 있을지, 그리드 패러티가 달성되더라도 기대만큼 수요가 확대될지 의문이다.

 

2000년 이후 태양광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하지만 2010년 전 세계 발전량 중 0.1%를 차지할 뿐이다. 2030년이 돼도 발전량 중 2%만이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전 시간, 지역에 따른 발전량 등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의 특성상 여전히 보조 전원으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격적 구조 재편의 방향은?

 

태양광 산업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고, 당분간 외부 환경에 의한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구조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조 재편을 통해 가격이든 기술이든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다. Trina Solar나 Yingli Solar 등 중국 태양광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미국의 First Solar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구조 재편의 칼바람을 비껴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태양광 산업은 제조업 기반이기는 하지만 정책 지원, 발전 사업과의 연계 등 다른 제조업과는 다른 모습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향후 태양광 산업의 구조 재편은 개별 기업들의 경쟁 및 정책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1차 결정질 기술은 대기업 과점 체제 될 것

 

전체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세대 결정질 기술은 전형적인 장치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장치 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단위당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과도한 투자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1세대 결정질 분야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치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과거 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구조 재편을 경험했던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은 IT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격적 투자가 집행됐지만 2001년 IT 버블이 꺼지면서 TFT LCD와 반도체 산업 모두 심각한 공급 과잉을 경험했다. TFT LCD의 경우, PC 수요의 침체와 AUO, CPT 등 신규 진입한 대만 기업의 물량 공세에 가격이 급락했고,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기, 생산라인 매각, 합병 등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겪었다.

 

메모리 반도체인 DRAM 산업도 비슷하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판가 급락을 겪으면서 구조 조정을 경험했다. 1995년만 하더라도 26개 이상 되었던 DRAM 기업은 2000년을 지나면서 13개까지, 2008년을 지나면서 자사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DRAM 업체는 5개까지 축소됐다. 이후 대규모의 선행 투자와 세대 확장, 웨이퍼 크기 확대 등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우리나라 기업이 TFT LCD와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게 됐다.

 

기술 차별화보다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대규모 선제적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기업이 생존할 수 있었다. 결정질 기술 역시 TFT LCD와 DRAM 산업과 비슷한 구조 재편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과잉의 상황을 버텨내면서 공격적인 선행 투자를 통해 산업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생존할 것이다. 결국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에 의해 과점 체제가 구축되고 이들 기업들이 산업 호황기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 3세대 기술은 고부가가치 고객 니즈 대응

 

태양전지.
▲태양전지(에너지관리공단)
2세대 박막형과 3세대 유기 태양전지 사업은 이번 위기가 구조 재편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1세대 결정질에 비해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았고, 경쟁 강도도 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 구도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는 전망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이후 1세대 결정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의 가능성을 보였던 박막형은 결정질 태양전지의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2세대 박막형과 3세대 유기 태양전지는 결정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일지라도 모바일 LCD와 비메모리 반도체는 중대형 LCD와 메모리 반도체와는 사업 특성이 다르다. 중대형 LCD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자본 집약형의 장치 산업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반면, 모바일 LCD와 비메모리 반도체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 능력,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한 빠른 대응 능력 등이 사업의 핵심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중대형 LCD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선두기업들이 모바일 LCD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모바일 LCD는 Sharp, Hitachi 등 일본 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는 Intel, Infinion, Qualcomm 등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2세대, 3세대 기술의 경우, 아직까지는 주 수요 산업이 발전 단지와 루프탑 등 발전 사업에 국한돼 있어 1세대 결정질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향후에는 태양전지를 적용한 휴대폰이나 모바일 충전기와 같은 소형 기기를 비롯해 자동차 등까지 수요 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모바일 LCD나 비메모리 반도체처럼 고객화 역량과 기술 차별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이처럼 태양광 산업의 경쟁 구도는 기술 세대에 따라 결정질 對 차세대 기술의 경쟁이 아닌, 각자의 세그먼트에서의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다. 결정질과 박막형, 유기 태양전지 등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태양광 기업들은 1세대 결정질과의 치열한 경쟁보다는 신규로 형성된 수요를 바탕으로 매출 확대와 안정적 수익 구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 LG경제연구원 양성진 연구원>

 

yoonjung@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