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태양광 산업은 수직계열화보다 수평분업화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직계열화의 효과가 감소하고 있고, 수직계열화를 위한 최소 투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태양광 보호주의와 정부지원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향후 시장 재편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2008년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당시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300달러를 상회했고, 그마저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새롭게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원료의 수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직계열화를 지향했다.

 

특히 삼성, 한화, 웅진 등 국내기업과 Yingli, JA Solar 등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가 진행됐다. 삼성은 MEMC와 폴리실리콘 관련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한화는 중국의 태양전지 기업인 Solarfun을 인수해 이를 중심으로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을 수직계열화 했다. 중국 기업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Yingli Solar는 사업 초기부터 잉곳, 웨이퍼에서 모듈까지 수직계열화한 모습이었고 생산능력 확장도 동시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소수의 대기업 경쟁체제 및 과점화 전망

 

폴리실리콘 등 원료의 수급과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고 모듈 가격도 한계점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수직계열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이미 수직계열화를 진행 중인 기업에서 수직계열화 정도를 축소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미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영역에는 섣부른 진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직계열화의 일환으로 폴리실리콘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Hemlock, Wacker 등 폴리실리콘 전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 부분의 매각 등을 고려할 가능성도 높다.

 

패널.

▲태양광 산업 각각의 밸류체인 내의 과점화가 가속될 것이며,

잉곳/웨이퍼, 태양전지와 모듈에서의 소수의 강자들이 각자의

영역 안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양광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한 기업이 전 밸류체인을 경제성이 확보되는 규모로 가지고 가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태양전지를 기준으로 최소 1GW 수준의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폴리실리콘도 최소 10000톤 이상 투자를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럴 경우 밸류체인 별로 조 단위 이상의 투자비가 필요한데, 신규 기업이 수직계열화를 위해 전 밸류체인에 투자를 집행하려면 수 조원을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투자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동시에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 위주의 과점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첨언하자면 각각의 밸류체인 내에서의 과점화가 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과점화 된 폴리실리콘과 같이 잉곳/웨이퍼에서의 소수의 강자, 태양전지와 모듈에서의 소수의 강자들이 각자의 밸류체인 영역 안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중국기업 경쟁력, 여전히 유효

 

JA Solar, Suntech, Yingli Solar 등 중국 태양광 기업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수요의 50% 이상을 생산, 세계 태양광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각된 상황에서 중국은 전력, 에너지, 상하수도 등 각종 유틸리티 비용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낮은 인건비를 이용해 유럽 기업 대비 70% 수준의 원가 구조를 달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지원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시행해 유럽의 태양광 수요 확대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유효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각국의 태양광 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강화가 본격화 되면서 중국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월 미국 태양광 업계가 반덤핑 혐의로 중국을 제소했다. 이유는 중국 정부가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기업에게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덤핑 수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미국 내 경쟁기업이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유사한 견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폐쇄적인 인증제를 통해 외국기업들의 수출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 있는 등 보호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지구사진.

▲지난 10월 미국 태양광 업계가 반덤핑 혐의로 중국을 제소

했고, 독일과 이탈리아도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유사한

견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일본도 태양광

산업에 보호주의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보호주의는 자국 기업의 육성 의지보다는 일단 중국기업의 공세를 막겠다는 소극적 대응이다. 보호주의의 영향으로 중국기업이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있으나 내수 시장의 정책적 지원 확대를 통해 중국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2009년 발표한 ‘Golden Sun’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내수 시장 활성화가 추진됨에 따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중국 태양광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전개될 것이며, 경쟁에서 살아남은 중국기업은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효율, 저원가 기술개발 및 마케팅 중요

 

지금까지의 태양광 산업을 이에 빗대 보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성장을 해왔다. 앞으로 태양광 산업의 전개는 어미닭의 도움 없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병아리의 운명이다. 공급 과잉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의 속도 조절과 더불어 신규 수요 창출 및 기술 개발에 힘을 싣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고효율, 저원가의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신규 수요 산업의 니즈에 맞는 기술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TFT LCD 사례를 살펴보면 중대형 세그먼트에서는 저원가가, 모바일 세그먼트에서는 해상도와 두께 등이 핵심 요구 사항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결정질은 당분간 고효율·저원가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팅.

▲태양광 충전 휴대폰 등 소비자와의 거리가 좁아지는 어플리

케이션이 증가하면서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한 마케팅의 중요

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세대 태양전지는 니즈 기반의 다양한 기술 개발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플렉서블 기기에 맞는 플렉서블 태양전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시장을 읽는 눈과 마케팅 역량이 요구될 것이다. 지금까지 태양광 산업은 발전사업자와 모듈 기업의 B2B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마케팅 역량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태양광 충전 휴대폰 등 소비자와의 거리가 좁아지는 어플리케이션이 증가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통찰력도 승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선행 투자와 기술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설비와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쟁력이 없어 사업을 접는 기업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업의 인수 합병이나 기술 구매를 통해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보다 쉽게 목표로 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2~3년은 태양광 기업에게 견디기 힘든 시기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예전처럼 정부의 보호를 기대할 수도 없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산업이 환골탈태하는 시기를 겪어야 태양광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 LG경제연구원 양성진 연구원>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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