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유전자원이란 지구와 함께 40억년 동안 진화를 거치며 변화하고 축적된 생명체로서 인류를 위해 실질적 또는 잠재적 가치를 지닌 유전물질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도시화 등으로 지구 유전자원의 다양성이 최근 급감하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에서도 수량이 높고 병에 강한 품종의 집중재배가 이뤄지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편집자주>

 

유전자원(genetic resource)은 인류에게 실질적 또는 잠재적 가치가 있는 유전물질을 지칭하는 것으로, 유전물질은 자신의 고유특성을 다음세대에 전달해 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식물, 동물, 미생물, DNA 및 그 기원의 재료를 말한다. 유전자원의 실질적 가치는 벼, 소, 메주발효균과 같이 현재 재배나 채취를 통해 삶에 직·간접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에 있으나, 현재 이용되지 않는 야생 동·식물, 미생물 등 미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가치도 포함된다.

 

유전자원은 인류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의식주의 원천임과 동시에 정치, 사회, 문화를 발달시키는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유전자원의 불균형과 생물종의 멸종위험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의 기본 소재이자 식량안보의 핵심인 유전자원 확보 및 보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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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유전자원의 불균형과 생물종의 멸종위험이 증가될 것

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의 기본 소재이자 식량안보

의 핵심인 유전자원 확보 및 보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후변화로 유전자원 불균형 위험 증가돼

 

미국의 경우 국립연구자원센터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유전자원을 대상으로 2010년 1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생명공학연구에 필요한 자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원 확보·관리 및 활용을 목표로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국가생명자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몬산토, 바스프, 신젠타 등의 글로벌 농약·종자기업들은 가뭄, 침수, 고온, 고염 등에 견디는 유전자를 탐색해 경쟁적으로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차원에서의 내재해성 유전자원 탐색에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유전자원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인류의 식량안보를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진행하는 가운데, 유전자원이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자원부국들의 주권주장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전자원은 그 가치에 대한 국내 인식이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에 유출되는 등 오랜 기간 수난을 겪어왔다.

 

청양고추.

▲ 청양고추의 경우 IMF 위기 시 국내 종묘회사가

다국적 기업에 인수 합병됨에 따라 이 종자에 대한

모든 권리는 미국 몬산토가 소유하고 있는 등 국가

적 차원의 유전자원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자료=농촌진흥청>

구한말 희귀식물 등 해외로 유출되기도

 

영국 어네스트 윌슨은 중국의 유전자원을 영국으로 반출한 후 지난 1914년 우리나라에 와서 자생식물 종자를 수집·반출했으며, 1920년대 동경대 교수 나카이는 총독부에서 2개 중대 병력을 지원받아 전국을 돌며 식물유전자원을 수집해 일본으로 유출했다.

 

또한 1930년대 소련의 식물학자인 슈바킨바키는 동·서·남해안 일대를 전함을 타고 다니며 자생식물을 채집해 소련으로 반출했으며, 베리 잉거(Barry R Yinger)와 미국 수목원 관계자들도 1984년부터 5년간 3차에 걸쳐 한반도 전역의 희귀식물을 채집해 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도 유전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종 유전자원의 귀환도 있었다. 2007년부터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유출됐던 한반도 원산 토종 유전자원의 반환 노력을 통해 구한말 미국으로 유출됐던 목화, 마늘, 부추, 귀리, 들깨 등 우리 토종자원 1679점을 반환받았으며, 2008년 5월에는 일본으로 유출됐던 32개 작물, 1546점을 반환받는 등 상당수의 자원을 반환받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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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식물 유전자원 2773종, 19만

2777점을 보유해 농업유전자원분야 세계 6위의 지위

를 획득했다.

현재 세계 6위 유전자원 보유국

 

유전자원과 관련해 농진청은 지난 1975년 저온저장시설을 갖춘 종자은행을 설치하고 국내 유전자원을 보존, 외국의 유전자원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연구소, 대학 등에서 보유하고 있던 유전자원을 통합하고 전국 농촌지도소와 함께 토종자원 5171점을 수집했다.

 

또한 미국 농업연구청(ARS)으로부터 귀리종자 7618점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연대해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2006년 리히터 규모 7 수준의 내진설계와 입출고를 로봇이 담당하는 최첨단 종자저장시설을 갖춘 세계적인 유전자원 시설을 신축하는 등 유전자원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에 현재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식물 유전자원 2773종, 19만2777점을 보유해 농업유전자원분야 세계 6위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회, 문화, 경제, 정치적 패러다임이 정보와 금융, 기술 자본주의에서 유전자원을 모태로 한 생명자본주의로 변화하는 지금, 유전자원의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전자원은 종자, 천연물 신약, 산업소재,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지니며, 생태계 유지의 필수요소인 유전자원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다양한 생물종으로 구성된 자연환경이 음식, 생활습관, 종교 등에 영향을 미쳐 민족성을 형성·유지하게 하는 문화적 가치와 다양한 생물자원을 통해 문명이 발생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자본을 보유한 선진국과 자원을 보유한 저개발국 간에 힘의 균형을 이뤄주는 역할도 할 수 있는 정치적 가치도 포함하고 있다.

 

점차 치열해지는 유전자원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전자원 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 문화, 생태, 정치적 가치 등을 포함한 국가 유전자원 관리 전략 작성이 필요한 것이다. 품종개발 등 농업적 이용에서 확장해 천연물신약, 바이오에너지, 산업 신소재 등의 분야에 대한 잠재가치 발굴이 시급하다.

 

핵심자원 보존 위한 집중전략 필요

 

또한 핵심 유전자원에 있어서는 세계 1위가 되기 위한 집중 전략을 펼치고, 국제규범의 작성 및 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제 유전자원 확보 및 이용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6위까지 올라오기까지 그간 많은 노력을 진행했으나 이제는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성장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우리가 인삼 종주국임에도 세계 최대 인삼유전자원 보유국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벼 육종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벼 유전자원 최대 보유기관은 필리핀의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있다.

 

반면 고추의 경우 아시아 채소연구개발센터(AVRDC)에 이어 농진청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이렇게 세계 1위를 차지 가능한 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최대의 자원 보유국이라는 세계 1위 확보 전략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생명자원 클러스터를 구축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농업유전자원센터를 중심으로 종자, 제약 등의 전문기업과 공동 연구 및 산업화가 가능한 생명자원 클러스터를 통해 생명산업의 허브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료=농촌진흥청>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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