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덴마크 협력, 저탄소 녹색성장 시너지 창출
제주도 야심찬 도전…한국 전체 긍정적 영향 작용

 

“인어공주의 나라, 장난감 레고의 본고장, 가장 행복한 국가” 이 말들은 ‘덴마크(Denmark)’를 이르는 또 다른 표현이다. 북유럽에 위치한 덴마크는 인구 558만여명으로 국토 면적이 한국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국가다. 한국과 덴마크는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바로 ‘녹색성장’에 대한 국가적 야심이 큰 나라들로, 같은 길을 걷겠다며 일찍이 손을 맞잡았다. 전 세계 수많은 국가 가운데 왜 한국과 덴마크일까? 본지 단독으로 총 4회에 걸쳐 덴마크 환경정책에 대해 게재하고자 한다. 첫 번째 연재로 덴마크 대사 관저에서 토마스 리만(Thomas Lehmann) 대사를 만나 ‘녹색’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덴마크와 동행국가로서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09년 12월 열린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COP15)는 전 세계적으로 녹색협력의 시발점이 됐다. 한국도 녹색성장을 주창했으며 녹색성장기본법을 만들고 나라의 체질을 바꾸는 등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였다.

 

한국과 덴마크의 녹색성장 동맹의 역사는 2011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덴마크 방문을 계기로 열렸다. 대부분 국가 대 국가의 동맹은 국가 보안이나 군사 협력과 관계된 경우가 많다.


한국과 미국이 맺은 군사동맹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의미에서 덴마크와 맺은 녹색성장 동맹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마스 리만(Thomas Lehmann) 주한 덴마크 대사는 “한국과 덴마크의 녹색성장 동맹은 가장 완벽한 조합”이라며 “덴마크는 녹색전환에 있어 손꼽히는 나라고, 한국은 추진력이 뛰어나며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덴마크 동맹은 가장 완벽한 조합

▲토마스 리만(Thomas Lehmann) 주한 덴마크 대사 <사진=박미경 기자>


덴마크가 ‘녹색전환’을 주목하게 된 것은 40년 전으로 돌아간다. 1973년, 오일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결국 석유의 공급 불안과 가격 폭등이 초래됐으며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지게 됐다.

 

리만 대사는 “당시 덴마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100%였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오일쇼크의 경험이 지금의 덴마크로 변화할 수 있도록 두가지 교훈을 줬다고 소개했다. 하나는 덴마크가 대외적으로 에너지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가, 또 하나는 덴마크의 정책이 위험(오일쇼크)에 노출되기 얼마나 쉬웠는가가 그것이다.

 

그는 “덴마크의 각 정당마다 에너지정책을 변화시키고 에너지 다양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정치적 여론이 모아지기 시작했다”며 “결국 신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야심찬 목표를 만들어 정책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에너지세에 국민 합의 돋보여
일명 에너지 혁명이 40년 전 덴마크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40년 전 덴마크의 고민을 한국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5%에 달하는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로 인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어려움이 지적돼 왔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용인하고, 여전히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여전히 낮아 거꾸로 가는 에너지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로 유명한 ‘인어공주 동상’

리만 대사는 “덴마크의 경험이 한국에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며 “덴마크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면 한국은 패스트 무버(fast mover)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덴마크가 선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우리보다 앞서 녹색전환을 이루고 산업계 반발, 국민 합의 등 어려운 과정을 겪었던 덴마크의 선진 경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녹색전환 과정을 겪으면서 산업계의 반발 등 혼란을 겪었다”며 “덴마크는 소통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현명한 대처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계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용하려고 노력했고, 1차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녹색전환의 책임을 지겠다는 게 분명한 노선”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공적자금이 굉장히 많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녹색전환은 결코 값싼 전환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불어 국민적 합의도 중요한 부분이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의 국민이라면 모두가 내야하는 에너지 세금이라는 게 있고 이외에도 정부 보조금, 지원금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과 성장의 병행이 가능했다

덴마크는 온실가스는 줄이면서 경제성장은 지속할 수 있는 단계(디커플링, decoupling)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환경과 경제를 둘이 아닌 하나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덴마크의 경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정부의 노력으로 덴마크의 에너지 사용량은 몇십 년 가까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 효율 개선 부분을 계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오일쇼크 이후 10년 만에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리만 대사는 “녹색전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7% 가까이 끌어올리고 5만6000여개 일자리창출 등 경제가 활성화됐다”며 “녹색전환이 비즈니스에도 굉장히 좋은 모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011년 동맹을 맺은 이후 한국과 덴마크 간 실질적 녹색성장 동맹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한국의 조선업과 덴마크 해운회사 머스크라인(Maersk Line)이 협력해 조선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녹색상선(Green shipping)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또한 매년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세미나를 열고 있다. 오는 가을엔 덴마크 국무총리가 방한한 가운데 에너지 효율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덴마크는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한국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만 대사는 “최근 한국과 덴마크의 관심사는 녹색전환과 관련 투자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데 있다”며 “더불어 기존 화석연료보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에너지가 더 저렴한 비용이 들도록 관련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성장 한국의 의지 재확인할 때
한편 한국에 진출한 덴마크의 녹색 기업들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풍력기 제조업체 베스타스(Vestas)는 우리나라 풍력기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고효율 펌프 기업 그런포스(Grundfos)는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열효율을 높이는 인버터(밸브)를 만드는 덴포스(Danfoss) 등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녹색성장’이라는 방향을 잡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더불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선언은 국제사회가 한국에 걸었던 기대치를 실망시켰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리만 대사는 “한국의 감축목표는 최종목표라기보다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이 있고 기술도 성숙하다. 한국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녹색전환이라는 어젠다가 실질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제대로 숙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덴마크는 녹색성장의 첫 주자(first mover)이자 ‘에너지 절감·경제 성장’ 모범 사례
한국은 녹색성장 부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패스트 무버(fast mover)’

 

특히 리만 대사는 한국의 녹색전환은 ‘제주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0%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며 “원대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리더십 등을 봤을 때 충분히 해낼 수 있고 대한민국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개라면 덴마크 에너지 자립섬 ‘본홀름’의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덴마크의 2015 제5차 녹색성장동맹 회의

그는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바람 자원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추진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이 지정학적 이유로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육상풍력 부분은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해상풍력을 시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보탰다.

 

‘덴마크는 친환경 기술 등 환경분야뿐만 아니라 복지정책 등 많은 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유엔이 올해 3월 세계 157개 나라의 행복 점수를 집계한 ‘2016 행복리포트’에 따르면 덴마크가 행복 점수 1위를 받았다.

 

‘소통’을 중시하는 가장 행복한 나라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소통’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부가 목표를 세우면 국민들은 충분히 공감하고, 합의가 이뤄지면서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는 환경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대한 국민 정서나 소양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에서는 수돗물을 여과 없이 바로 마시고 항만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영을 한다. 이처럼 환경은 국민행복지수와 직결되고 국가는 지속가능하게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덴마크의 행보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함께 걸어가는 동맹국가로서 목표가 되고 있다. 한국은 단기간 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전환’에 빠르게 대응해 왔다. 이처럼 한국의 자신감과 추진력이 덴마크의 선진 경험과 합쳐졌을 때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만 대사는 “한국이 녹색전환으로 가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단호하게 맺음말을 건넸다.

 

<덴마크 대사관·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사진=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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