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환경영향평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환경영향평가협회 편법 경영이 부실 부추겨
환경부 책임회피… “협회가 알아서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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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01일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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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한종수 기자 |
[환경일보 한종수 기자] ‘제주 비양도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실’, ‘풍력산업단지 건설 환경영향평가 논란’, ‘4대강 졸속 환경영향평가’… 최근 언론에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평가를 대행하는 업체의 유착 비리, 불투명한 자금 흐름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제도(이하 영향평가) 정착을 위해 허가한 환경영향평가협회의 불합리한 운영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조사·연구·교육·홍보 등 영향평가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환경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기존 환경부가 해오던 업무를 지난해 4월부터 협회로 이관했다.
독점·이중입찰, 환경부 파악조차 못해
그러나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영향평가 입찰의 80%를 협회에 등록된 373개 회원사 중에 대형업체(1군) 10여 곳만이 독식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1군업체가 따낸 용역에서 수익성이 낮고 많은 인력이 필요한 ‘평가항목 측정’ 부분은 최저가 입찰이란 방식으로 중소업체(2군)에 떠맡겨 이중 입찰을 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평가 용역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체 발주 금액의 70%를 차지하는 ‘평가서 작성’과 30%를 차지하는 ‘평가항목 측정’이다. 또한 용역에 따른 낙찰은 전체 금액의 80% 선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깎인 부분은 측정의 중요성을 감안해 측정 부분 30%를 그대로 유지하고, 평가서 작성 부분에서 재산정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환경부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협회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환경정책과 류현숙 사무관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중 입찰 문제는 아웃소싱 개념으로 전문화를 위해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춘 업체에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군업체들이 2군업체에 최저가 입찰을 주는 과정에서 측정 부분 30%를 조정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2군업체들에게 깎인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환경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이호중 국토환경정책과장은 “낙찰이 1군에 편중되는 문제는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법규정이 없어 제도적 해결이 어렵다”면서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Pre-Qualification) 등의 입찰제도가 수정돼야지 하도급 부실 우려, 낙찰 편중이 해결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용역 입찰 때부터 1·2군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함께 참여하고, 낙찰시 삭감된 금액은 동등하게 책임지도록 해야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환경부는 정책 개선의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자격증 남발, 협회 “수료증일 뿐” 오리발
영향평가의 부실 논란의 뿌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협회는 평가 인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 일정기간 교육 후 ‘환경평가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1회 기수당 25명이 100시간을 이수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3기까지 운용됐고, 오는 4월 4기를 모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수료한 교육생의 면면을 살펴보면 협회의 목적과는 달리 대형업체의 총책임자 또는 중소업체의 대표자, 전직 환경부 공무원 등으로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생 대다수가 평가서 작성에 따른 수주, 평가기관에 대한 로비 등이 주목적이고 평가서 작성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이는 환경평가 기술인력의 능력 제고에도 관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같은 자격증은 국가 기관에서 발급하는 기술사·기사 등 공인자격증과 다를 뿐만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임의로 발급하는 증서로 교육참가비 240만원만 협회에 내면 누구나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가 재입찰 문제와 자격증 발급에 대해 협회 측 관계자는 “모른다”고 일관하며 “자격증이 아니라 수료증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해명과는 달리 자격증이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협회 정상철 회장은 “자격증인 것은 맞지만 국가공인이 아니어서 어디서나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 협회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부실평가에 대한 처벌 빈약, 개선 불투명
한편 평가 대행업체가 현행 법규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 조항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벌금이 사업규모에 비해 너무 낮아 위반 사업자를 시정하기엔 약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위반시 내려지는 영업정지 처분이 수주 활동만을 일컫는지, 작업 중지인지, 해당사업에만 국한 된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특성상 1년 이상 소요되는 업무가 많고, 사업내용마다 참여 여부가 정해져 있지 않아 형식적인 행정처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류 사무관은 “협회가 생긴 지 얼마 안됐고 사무국 또한 평가업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협회 운영을 보면)답답하다”며 “앞으로 토론회, 세미나 개최를 통해 업계·협회 관계자들과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평가 대행업체와 발주처의 유착 의혹, 불투명한 자금 흐름이 지적되는 가운데 환경부가 나서서 업체의 실제 보유인력, 측정 장비 등을 파악해 과도한 대행 및 저가 수주를 제어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시민참여 방안마련을 위한 조례제정과 용역절차에서 투명성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차기회장 놓고 1·2군업체 기싸움 팽배
한편 협회는 오는 2월 말경 신임회장을 선출, 새롭게 협회 운영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재 1·2군업체 각 1인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2군업체 출신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차기 회장 물망에 오른 한국종합기술(1군업체) 이문형 본부장은 “협회의 내실을 다지고 안정을 추구하는 게 우선인데 1·2군 편을 갈라 분열시키는 것은 도움이 못 된다”면서 “누가 신임 협회장이 되든 조직의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jepoo@hkbs.co.kr
※본지는 환경영향평가 대행업 및 인·허가와 입찰에 이르는 과정상 ‘인정기술사로 인한 폐해’에 대해 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환경일보 한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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