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정부임을 내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행하는 것이 ‘정보공개’ 제도다. 한 마디로 정부 각 부처 및 지자체들이 행하는 모든 업무에 대해 궁금증이나 의혹이 있을 경우 민원인이 절차에 따라 관련 자료들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고, 보다 깨끗한 행정을 이끌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평판까지 들린다.

또 당당히 공개해 각종 의혹들로 인해 사태가 비화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정부나 국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재산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옛날 그저 막연히 의구심만 키워줬던 행정기관들이 어둠에서 탈출해 밝은 세상으로 나오는 계기를 마련한 것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활성화 돼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히 공개하고 있으니 더 이상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식의 허울 좋은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려오니 하는 말이다. 분명히 좋은 제도인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 번쯤 정보공개를 청구해본 민원인이라면 이 말이 결코 거짓만은 아님을 알 것이다.

‘혹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내부적으로 더 검토해볼 여지가 있는 건 아닌가. 만약 공개하면 불이익이 돌아오진 않을까. 문제의 소지가 없는 선에서 부분적인 공개만 하자.’ 이것이 공개를 해야 하는 행정기관의 속내라고 딱 잘라 말하고 싶다.

물론 나름대로 고충이야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에 걸맞으려면 자신들의 입지부터 세우고 민원인을 생각하자는 행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요구한 것은 그다지 중요한 사안도 아닌 것 같은데 왜 모두 공개해주지 않는 걸까. 내가 모르는 이면이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비리라도 있는 건 아닐까. 갖가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에는 당초 있지도 않았던 사실이 기정사실로 부풀려지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으란 법이 있을까.

투명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린 정부에서 행하고 있는 ‘정보공개’가 행정기관의 입맛에 따라 공개와 비공개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는 비난만은 받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보이면 표적이 되는 것이 공공기관임을 잘 알 것이다. 그만큼 처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무작위적 공개는 힘들지라도 최소한 민원인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의 공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첨예하게 개인이나 사업체들의 이익에 반하는 사태가 발생할 소지가 있거나 대외비로 해야 마땅한 사안만 아니라면 민원인이 요구하는 사안들은 거의 수락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길 바란다.

민원인이 있어야 세금을 내고, 행정기관이 이 세금으로 운영됨을 상기시키고 싶다. 행정기관은 봉사기관이지 이익단체가 아니며, 공무원 역시 국민들의 심부름꾼이지 비호해야할 상전이 아니다. 항상 이를 가슴속에 간직하고 행정업무에 임해주길 기대한다.

역동하는 한국을 지향하는 참여정부가 많은 개혁의 틀을 다잡아 왔고, 이젠 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은 마무리가 좋아야 좋은 것이다. 해결해야 할 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행여나 해결해야 할 사안 중에 ‘정보 공개’가 빠져 있다면 이를 꼭 포함시켜 공개 수준을 높여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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