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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계의 테프론’ 나오나 <2>

▲ 최고의 방수, 투습으로 쾌적함은 보장받을지 몰라도 기업 측에서 언제까지 환경적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프론… 프라이팬 문제로만 알았건만
발암물질 食-검출! 住-검출! ‘衣’마저…
세계 최고 방수·투습 속 비밀 ‘e-PTFE’




인간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식주(衣食住). 이미 집과 음식은 온갖 오염에 노출돼 있고 그 피해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난히 잠잠한 부분이 바로 ‘의류’, 즉 옷이다. 옷에는 발암물질이 없다는 의미일까. 아니다. 곳곳에서 사용되는 것 이상으로 옷에도 다양한 화학물질, 더 나아가 발암물질까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간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화장품을 바르고 나서 피부트러블이 발생하면 ‘화장품이 내 피부에 안 맞아서…’라는 생각으로 화장품 종류를 바꾸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납·수은이 함유돼 문제가 됐던 화장품도 있었지만 옷과 마찬가지로 쉽게 바꾸면 그만이다.
하지만 불소수지 계열에 기능성까지 더해진 의류의 경우 환경적 과부하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물에 녹지 않고 기름에도 녹지 않고 불에 잘 타지도 않는다. 버려지면 그 옷 하나가 바로 불용성폐기물이 되는 것이다. 혹 다른 의류와 함께 세탁이라도 하게 된다면 불소수지 필름이 다른 옷에도 묻어나게 되고 세탁물에 고스란히 흘러들어가 분해도 안 된 채 잔류하게 된다. 플라스틱이 그렇고 일회용 폐기저귀가 그렇듯….


◆의류 발암물질… 간과할 수 없어= PFCs(불소계 유기화합물)인 e-PTFE를 강력한 발암물질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명확히 규명된 건 아니다. 현 상황에서는 발암 의심물질 정도로 말할 수 있다고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참고로 PFCs는 산업적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물질로 계면활성제, 윤활제, 광택제, 난연성보온재 등 거의 모든 물품에 사용되고 있으며 그중 하나인 PFOA, PFOS 물질 항목만 수천 종에 이른다고 최근 OECD는 발표했다. 즉 e-PTFE 물질이 발암물질로 여겨진다 해도 과학적으로 규명되는 데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물질이 현재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 후보물질로 올랐을 만큼 분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 위험성은 인식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명확히 ‘유해하다’는 결론도 낼 수 없는 물질들이라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 테프론 발암논란으로 막대한 금액을 벌금으로 내놓은 듀폰에 이어 고어텍스 역시 환경적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로 얼마나 들어오는지 ‘몰라’= 그렇다면 이러한 물질들이 국내에 어떻게 유입되는 것일까.
한 마디로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단독물질로 수입되거나 제조되지 않는 데다 ‘아티클’ 형태로 다른 성분에 묻혀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쉽게 말해 PFOA가 포함된 형태의 프라이팬, PFOS(e-PTFE)가 포함된 옷감 수입 등을 일례로 들 수 있다. 성분표시에도 포함돼 있지 않고 기타 성상류로 표기돼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집계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이들 물질에 대한 심각성 인식으로 저불화합물 물질 개발을 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 단계이며 관련 정보가 없을 뿐더러 국제적으로도 연구자가 드문 상황이다. 더군다나 불소화합물질 분석법 자체가 2000년 즈음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만큼 현 상황이 어느 단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물질 자체가 워낙 특별해 물에도 안 녹고 기름에도 안 녹는다. 하지만 이런 불소계 유기화합물이 거의 모든 제품에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고어텍스가 사용되는 분야가 의류뿐만 아니라 의료, 피복전선 등 다양하지만 이들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한 언급은 잠잠하기만 하다.
◆발암 ‘옷’ 어떻게 피해 준다는 거야?= 여기서 또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옷에서 발암성분이 나왔다고 과연 어떻게 피해를 주느냐는 것이다.
프라이팬의 경우 열을 가하면서 테프론 성분이라 불리는 불소수지가 휘발돼 유해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지만 의류에 포함된 물질이 발암물질이라고 해도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감이 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 경로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피부 노출로 인한 자극, 다른 의류와의 혼용 세탁으로 인한 오염물 분산, 세탁 후 버려지는 e-PTFE가 함유된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추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현재로서는 밝혀진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위해성 검토단계라고 볼 수 있으며 급성독성이 아닌 만성독성 측면으로 접근해야 할 중요한 물질임에는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도 군복에 e-PTFE 필름이 사용되고 있지만 발암우려 물질로 인식되면서 현재는 일본과 한국에서만 (저렴한 가격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만큼 사용현황 조사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명확히 발암물질로 분류된 석면의 경우 석면작업복과 가족들 의류를 함께 세탁해 왔다는 이유로 자녀에게 암이 발생한 사례도 있던 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발암의심물질로 추정되는 이들 문제도 간과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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