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 의한 자연훼손과 생태계교란 획기적으로 줄여

▲ 이재근 산청군수
1872년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이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생겨난 이래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12월 29일 지리산이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됐다.

지리산은 현재 20개 국립공원 중에서 그 면적이 가장 넓은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지리산의 여러 탐방코스 중에 산청군 시천면에 자리잡은 중산리코스는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까지 5.4㎞의 거리에 4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최단코스이다.

그래서 천왕봉을 정복하거나 일출을 보려는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주요 과정이면서 32.5㎞에 달하는 지리산 종주를 끝내는 길목이기도 하다.

최근 주 5일 근무가 확산되고 교통수단이 발달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지리산을 찾는 탐방객의 수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경기지역에서도 3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교통인프라가 갖춰지면서 향후 탐방객의 수는 더욱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가보기를 원하는 지리산 천왕봉을 최단시간에 오를 수 있는 산청군 중산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의견은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최근 다시 강력하고 광범위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리산 중산리에 케이블카 설치가 왜 필요한가. 30년 전만 해도 지리산의 등산로는 흙으로 살찌고 산림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했다.

그러나 현재의 지리산은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등산객들의 발길에 의해 등산로에 골이 패이고 돌부리가 흉하게 돌출돼 있으며, 나무는 뿌리를 드러내며 죽어가고 있다. 게다가 돌과 나무뿌리를 피해 우회하는 또다른 등산로가 계속 생겨나 훼손되는 면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지리산의 자연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이다. 설치 단계에서는 소소한 훼손이 발생할 여지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등산객의 답압에 의한 자연훼손과 생태계교란을 획기적으로 줄여 지리산의 자연을 보전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에서, 국외에서는 유럽이나 호주, 중국 등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다. 일례로 1990년에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중국황산의 경우 이미 3개 노선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고, 2개 노선을 추가로 설치계획중이다.

이런 중국 황산시의 황유립 부시장은 케이블카 설치로 등산객에 의한 자연파괴가 크게 줄었으며 환경보호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또한 관광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국가의 케이블카 설치과정을 보면 최근의 경우 첨단공법을 활용 즉, 수작업에 의한 터파기 ,헬기를 이용한 자재운반 등을 통해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시설을 설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케이블카는 관광선진국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친환경 탐방용 대체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편협한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관계기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과 관련단체들의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케이블카가 생각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케이블카의 수익성은 직접적인 영업수익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케이블카에서 발생하는 부가적이고 파생적인 수익을 따져본다면 직접적인 영업수익은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리산과 비슷한 탐방객 수를 보이는 설악산의 경우 케이블카 운행을 통해 흑자를 올리고 있음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또한 케이블카는 장애인, 노약자 등 신체약자에게 있어서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교통복지수단이다. 이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세계최초 국립공원의 이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리산의 주인은 환경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아니라, 지리산과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다. 그들의 지리산 사랑은 일시적․단편적이고 구호에 그치는 주장이 아니라 원초적이고 영원하다.

또한 지리산 천왕봉이 위치하고 있는 산청군은 군전체면적의 약14%에 해당하는 109.87㎢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45.81㎢에 달하는 수변구역 지정과 그 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이중삼중의 규제로 인해 산청군민은 고통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리산 중산리 케이블카 설치는 지리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산청군민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희망인 동시에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하는 숙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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