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활동가를 시작으로 윤인중 목사로 이어진 골프장 계획 예정지 주변 소나무 위 시위가 지난 23일 오전 종료됐다. 이날 ‘계양산 롯데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유종반, 이하 시민위원회)’는 목상동 계양산 소나무 숲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인중 목사의 210일간의 나무 위 시위를 마무리했다.





계양산 나무 위 시위는 지난해 10월26일 인천녹색연합 회원 신정은 씨가 계양산 롯데골프장 계획부지 내 10m 높이의 소나무 위에 천막을 치고 56일간 시위를 벌인데 이어 12월 20일부터는 윤인중 목사가 계속해왔다. 시민위원회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윤 목사의 건강이 악화된 데다 인천시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나무 위 시위를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무에서 내려온 윤 목사는 ‘소나무 시위를 마치며 드리는 글’에서 “소나무 고공 시위는 숲을 살리려는 마음, 생태계의 연관과 순환을 지키려는 일념에서 한 행동”이라며 “소나무 시위를 마치는 것이 계양산을 살리기 위한 활동의 끝이 아니며 이제 또 다시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사람 절대 다수인 90% 인구가 도시에 사는 지금의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인천 도시의 녹지축을 형성하는 계양산 숲의 가치와 비중은 아주 중요하며 그래서 인천시민의 80%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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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계획에 대해 윤 목사는 “이곳에 골프장을 세우려는 계획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어리석은 일로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빚어 낸 잘못된 계획”이라고 규정하며 “롯데그룹이 계양산을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면 그 일은 오랜 기간 자랑거리가 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에도 그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시민자연공원조성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달라”면서 “계양산 숲을 베어내면서 ‘300만평 숲 조성’, ‘3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을 하는 표리부동의 행정은 멈추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2일 롯데건설과 시민위원회는 계양산 롯데부지 활용에 있어 바람직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전원합의제의 합동회의를 1개월 시한으로 운영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키로 했다. 합동회의는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4월23일부터 10차례에 걸쳐 모임을 가졌지만 서로의 원칙적인 입장만 확인했을 뿐이다.

롯데건설은 대중골프장(18홀)을 최소 면적에 조성하고 나머지 공간을 시민휴게공간과 자생 동·식물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시민위원회는 골프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계양산 전체를 시민자연공원으로 만들 것을 고수했다.

시민위원회는 “인천시민들의 뜻을 외면하고 오직 골프장을 추진하려는 롯데의 일방적인 태도에 결국 합동회의가 별다른 합의 없이 결렬되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롯데는 자신들이 양보해 시민위원회가 제안했던 수목원과 자연공원, 자생식물원 등을 모두 수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또 시민위원회는 “롯데골프장 예정지가 비록 사유지이기는 하나 260만 인천시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소중한 곳이기에 계양산을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은 그 어떤 이유라도 용납할 수 없었다”며 “롯데는 골프장 추진이 어렵게 되자 골프장 아닌 제3의 방안을 모색할 것처럼 대화를 제의해 놓고 합동회의 내내 골프장 건설계획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롯데는 “시민위원회의 안을 수용해 당초 27홀로 되어 있던 계획에서 이미 훼손된 부분에 18홀만 건설하고 녹지생태축과 소나무 군락지를 원형 그대로 보전하며 생태보전 후보지역을 사업지에서 제외시키는 안으로 조정했다”면서 “아울러 우리는 이러한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환경관리협의체'를 운영하고 일정 기금을 출연, ‘계양산 환경관리재단’을 설립하는 계획까지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는 단지 골프장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반대를 하는 입장”이라며 “뚜렷하게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골프장 건설에 대해서만큼은 불가하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만 거듭하고 있는 시민위원회와의 대화가 무의미해짐에 따라 적법 절차를 거쳐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난 25일 계양구 목상동 계양산 북사면 일대 27만평에 18홀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3차 개발안을 계양구에 제출했다. 이번 계획안은 골프장 면적을 47만평에서 27만평으로 줄이고 그만큼 시민휴게공간을 확대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골프장 조성에 따른 형질변경 면적은 18만6천평 정도로 이 가운데 11만평은 가축농장과 조경수목 농장 등으로 이미 훼손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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