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고모령 아래에서 약 198a의 과수원에 체리, 매실, 자두, 복숭아, 포도, 감 등을 재배하고 있는 여환욱씨(55세, 대구포도연구회 회원, 농업경영인)는 올해도 시지-망우공원 간 도로변에 무인 판매대를 설치하고 직접 생산한 과일을 팔고 있다.

이 양심가게는 비닐하우스 파이프를 얼기설기 엮은 조그만 간이 작업장에 널빤지를 깔고 그 위에 과일을 담은 소쿠리 여남은 개를 진열하고 있다.
가게를 지키는 주인은 없다. 다만, 가격과 주인 전화번호를 적은 팻말과 큼직한 돈 통, “현금은 돈 통으로 넣어주십시오” 라는 안내판이 전부다.

여씨 부부는 과일 중에서 가장 일찍 수확되는 체리를 5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는 자두, 복숭아를 판매하고 있는데, 아침 일찍 수확한 과일을 선별해 소쿠리에 담아두고 부부는 농장일을 하거나 가사일을 하러 간다.
지나가다가 과일이 필요한 사람은 돈을 직접 지불하고 물건을 비닐봉투에 담아가면 된다. 주인은 농사일을 하면서 가끔 소쿠리가 비는 만큼 채워주는 일을 한다.

"과일들을 그냥 가져가지 않느냐"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저녁에 금고에 든 돈과 팔려나간 물건을 계산하면 틀림이 없다고 한다.
가끔 잔돈이 부족한 시민이 돈만큼 물건을 가져가겠다고 전화를 하면 여씨 부부는 그냥 가져가라고 한단다. 때론 물건이 떨어졌다고 전화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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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가 이 양심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이다.
모친이 살아 계실 때는 아들이 생산한 과일을 이곳에서 직접 판매를 했는데 파는 물건과 덤으로 주는 물건이 비슷할 정도로 인심이 후해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2003년 모친이 작고를 하자, 일손이 부족해 그만두었는데, 이 집의 과일 맛을 아는 시민들이 자꾸 찾아오는 바람에 무인 판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주위에서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여씨 부부는 시민들의 양심을 믿고 시작했고 그 믿음이 성공을 불러왔다.
현재는 평균 40~50명의 시민들이 이용을 하고 있으며, 가끔 과일 맛을 못 잊은 시민들이 상자로 구입하려고 올 때도 있다고 한다.

여씨는 "시민들의 양심을 믿고 시작한 이 가게에서 양심적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과일 맛을 못 잊어 찾아주는 시민들이 무척 고맙다"며 "우리 사회에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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