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해비타트 르포

망치질만 할 줄 알면 누구라도 오세요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모토로 시작한 해비타트 운동. 집 한채를 짓는 데 걸리는 시일은 일년에서 일년 반 정도다.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은 해비타트 태백지회를 지난 3일 강원도 태백시 현장을 찾아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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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여기저기서 서툰 망치질 소리가 들려온다.
6~8명 정도가 외벽 합판을 기둥에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사장 작업자들이 착용한 안전모 사이로 구슬땀이 뚝뚝 떨어진다. 강원도 장성군의 태백해비타트 현장이다.

아침에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현장에서 작업반장의 지침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건축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이도 건축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장에서 경험자나 작업반장의 지도를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작업은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5시까지 실시한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지상 2층에 전용 면적 15평의 목조 주택의 골조는 다 만들어진 상태였고 외벽 붙이기와 천정 트위스터 붙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다

집짓기라 남성이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성비는 거의 반반이었다. 현장에 참석한 한 팀은 대학 같은과 친구팀, 부자끼리 모자끼리 온 팀, 교회팀 등 다양했다. 연령대도 초중고생부터 40~50대 아저씨, 아주머니까지 다양했다.

주최측은 “건축자원봉사의 기본적인 일은 망치질. 벽을 세우거나 지붕싱글작업, 외벽 사이딩작업 등으로 망치를 다룰 줄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그리고 단열재 부착작업, 내벽체 마무리, 주변 자재 정리 등은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해비타트운동은 2001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8년 동안 펼쳐온 특별건축사업이 태백에서 열린 후로 더 유명해졌다. 해비타트 운동은 1965년 미국인 변호사인 밀라드 풀러로부터 시작됐다. 세계 곳곳에서 26분마다 한 채의 해비타트 주택이 지어지고 있으며 2004년 현재 100개 국가에서 17만5000채가 넘는 주택을 공급했다.

첫 번째 해비타트 지회인 태백지회는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다. 10년 동안 지은 집은 47채. 그동안 다녀간 자원봉사자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짧게는 하루 봉사에서 길게는 몇 달씩 스텝으로 일하는 봉사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친환경 목재로 더욱 튼튼하게

[#사진3]해비타트에서 짓는 집의 자재는 모두 목조 자재로 이뤄진다. 목조 자체로 지을 수는 없기 때문에 콘크리트 골조로 세우고 벽체 스터드, 트러스, 천장틀, 단열재 등을 모두 목조로 사용한다. 해비타트는 ‘2006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특별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해비타트에서 사용하는 구조재는 침엽수종으로, 강제로 수분을 빼고 목재가공한다. 이는 목재가 햇빛에 의해 비틀어지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늦게 썩고 목재가 오래 가도록 만든다.

목재는 썩어야 친환경적인 것이기 때문에 목재의 폐기처리도 중요한 부분이다. 해비타트의 구조재는 폐기처리를 할 때에도 자연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건축법상 건축폐기물로 처리해야 하지만 최성렬 팀장은 “사실 산에다 그냥 바로 버려도 자연적으로 아무런 해가 없을 정도로 좋은 구조재”라고 설명했다.

또 최 팀장은 “석고보드를 바르고 자연목재를 사용해 한번더 처리하면 훨씬 친환경적이며,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어찌보면 집을 짓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겠냐”며 웃음지었다.

후원자 - 봉사자 - 거주자의 삼박자

[#사진2]해비타트 봉사자들은 매년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에도 해비타트 봉사를 했다는 한국외대 법학과 2학년 학생은 올해 1학년 후배 6명을 데리고 다시 태백을 찾았다. 후배들은 “선배가 좋은 곳이 있다며 여기를 데려왔는데 의미도 있고 집 짓는데 재미도 있다”며 활짝 웃었다.

해비타트의 기업 후원자는 반드시 한번은 와서 집을 짓는 봉사자가 돼야한다. 이것은 후원의 조건이다. 기업의 후원자들이 봉사자가 돼서 와도 참가비를 내야한다. 이 또한 해비타트의 원칙이다.

봉사자는 참가비를 내고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봉사자이자 후원자며, 후원자는 봉사를 하러 이곳을 찾을 때 봉사자이기도 하다. 거주자는 15년 동안 살면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거주자이자 봉사자인 것이다. 즉 후원자, 봉사자, 거주자가 삼박자로 어우러져 한 채의 집을 완성한다.

해비타트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저는 건축과지만 역시 배운 것과 직접 만드는 것은 다르다”며 “해비타트는 갈 곳 없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집이라는 매체를 함께 지어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해비타트가 봉사자들에게 심어주는 마음이다.

인터뷰 - 이영훈 사무국장
“해비타트는 봉사 아닌 배움”


[#사진5]“해비타트는 집짓기 운동이 아닙니다. 가정회복 운동입니다. 해비타트(Habitat)는 사전적 의미로 보금자리를 의미합니다.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죠.”

이영훈 해비타트 태백지회 사무국장은 해비타트가 집 지어주는 봉사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근본은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집은 단지 가정회복의 매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현재 입주가정의 67%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이 없는 가정에 집을 제공해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가 뭘까. 그는 “집을 짓는 것은 ‘과학’인데 봉사자들은 이점을 놓치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해비타트 입주 조건은 매우 까다로운데 그중 하나가 15년 동안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수많은 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1년에서 1년 반에 걸쳐 지어진 집은 실질적으로 전문가보다는 비전문가들의 손을 많이 거치게 된다. 그러면서 외벽과 기둥 사이의 1㎝의 오차 정도는 무시하고 못을 박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벌어지게 되고 결국 습기가 찬다는 것이다. 즉 15년 동안 거주하며 곰팡이제거제를 끼고 살아야 하는데 어느 누가 반기겠냐는 것이다.

‘너무도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전세계의 모든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것, 이것이 해비타트의 꿈입니다’ 해비타트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목적이 전도돼 버린 셈이다.

그는 해비타트에 온 사람들에게 “봉사하러 오셨죠?”라고 묻는다. 웬 당연한 질문인가 싶지만 그는 “봉사란 실질적이어야 하고 특히 집짓는 데에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사실 여기에 오는 대부분의 봉사자는 일반 대학생이나 교회단체, 기업 직원들이 많다. 그가 원한 답은 “배우러왔어요”다.

또 한가지 해비타트에 대한 의문. 집을 지어주며 봉사하러 왔는데 참가비는 왜 받는가. 이에 대한 대답도 역시 “배우러 왔기 때문”이다. 참가비는 집을 짓는데 자재 구입비로 전액 기부된다. 결국 집을 짓는 자재를 사서 봉사를 하는 참된 의미의 봉사라 할 수 있다.

해비타트가 짓는 집은 계층과 연령을 초월한 자원봉사자, 후원자와 입주가정 삼박자의 땀과 정성으로 지어진다. 그는 “입주가정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보는 인식이 많아요.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해비타트운동의 주체이자 동역자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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