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줄고 강변 식생 파괴로 동물계에 충격

수계망 차단으로 지하수 고갈, 생태계 파괴


[#사진1]전국이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개발열풍에 휩싸여 공사 진행이 한창인 곳이 많다. 도심지는 부족한 택지개발과 재개발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곳이 많고 각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 공사 및 도심지 교통을 해소하기 위한 도로공사 등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에도 공공택지 개발에 따른 하천 오염의 문제와 외곽순환도로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가 쟁점이 되고 있다. <편집자 주>

'제2 천성산' 논란…앞산 순환 관통도로

대구는 지형상 분지를 이뤄 도로를 건설하려면 산을 관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도로들은 하천 부지 옆에서 나란히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도로 확장 및 개설은 습지를 파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2]이러한 예가 서대구 낙동강 습지 근처에 도로를 개설하고 개발하는 바람에 습지가 많이 줄어들고, 소음과 강변식생 파괴 및 차량 불빛으로 인한 동물계에 대한 충격,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결국은 철새의 이동길이던 곳에 철새의 수가 격감하게 됐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의 집단 월동지는 지구상에 단 3곳, 즉 우리 서대구 낙동강습지와 이즈미시와 양쯔강 중하류 일대 뿐이다.

하지만 이 흑두루미는 지난해 10월 하순 수천마리가 서대구 낙동강습지를 그대로 통과해서 일본 남단 이즈미시로 가버렸거나 단지 몇 마리는 순천으로 날아가 버렸다.

[#사진4]또 이로 인해 이즈미시는 서대구 낙동강습지에서 날아간 이 흑두루미를 수입원으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서대구 낙동강습지는 거의 대부분 파괴된 상태라 하더라도 조금만 복원하면 이즈미의 환경조건보다 월등하게 좋다고 한다. 금호강과 낙동강 중간지점에 넓은 모래섬의 농경지가 있고 경북 쪽에도 넓은 농경지가 있으며, 물이 있고 또 야산이 있기 때문에 조건이 좋다. 따라서 우리도 개발 일변도에서 생태 중심의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겠다.

대구광역시 허파기능 훼손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도로 건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구광역시의 허파기능을 하고 있는 대덕산의 경우 벌써 일부는 순환도로로 잘려져 나가 있는 상태이고, 올 10월에는 산의 중심을 통과하는 도로가 계획되고 있어 생태계 훼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5]대구시는 연차적으로 서울특별시와 같이 외곽을 잇는 순환도로를 개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 도로가 지나가는 지역의 산들은 관통이 불가피한 실정이자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

최근 문제가 되는 곳은 4차 외곽순환도로 5개 구간(성서공단∼지천, 지천∼읍내, 서변동∼도동, 도동∼안심국도, 범물∼상인) 44.48㎞ 중 상인∼범물 구간이다.

달서구 상인동에서 수성구 범물동 구간은 폭 35∼60m, 연장 1만440m의 도로로 터널이 2개(5335m), 교량이 7개가 들어설 예정이며,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12년까지 5년간에 걸쳐 진행된다. 또 사업비는 총 3134억원으로 민자 2444억원, 시비 345억원, 국비 345억원이 책정돼 있다.

터널 2개는 상인동에서 파동까지 앞산을 4.5km, 다시 범물동까지 법니산을 1km 터널로 뚫는 공사이다. 대구 앞산은 도심에서 4.5km 반경 내에 위치해 근접성이 좋아 평일에도 수만명 이상이 등산과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사진6]영남자연생태보전회 류승원 회장은 "도로를 만들면 경치가 수려한 달비골 등의 산림경관이 훼손되고 지하수 고갈과 지표수 이동차단 등의 부작용으로 동식물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구간 외에도 4차 순환도로의 경우 환경문제가 우려되는 곳이 많다. 봉무동 일대 단산지를 지탱하는 집수역의 수계망이 차단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단산지가 메마르거나 오염될 것이며, 불로봉무 고분군 공원 곁은 지나면서 경관을 훼손할 것이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1호 도동 측백수림 곁으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와 순환도로가 교차하고, IC가 건설됨에 따라 측백수림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지역 환경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일부 순환도로는 서대구 습지 주변뿐만 아니라 안심(금호강)습지나 습지 주변을 지나게 돼 새들이 자동차 굉음에 시달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로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소하천이 오염되고 있다

페놀 사건의 오명을 지닌 금호강은 영천 보현산에서 발원해 영천을 지나 대구 외곽을 휘돌아 나가면서 여러 소하천들의 물을 모아 흘러가는 형상이다.

[#사진3]올해 초 대구지방환경청이 금호강 샛강 오염도를 조사결과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강 샛강 19곳에 대한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자호천과 임고천 등 상류지역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ppm 미만으로 1급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천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신녕천은 BOD가 1년 만에 2.8ppm에서 4.7ppm으로 높아졌다. 금호읍과 경산시를 통과하는 북안천(2.3ppm), 대창천(2.2ppm), 청통천(2.9ppm)도 1년 전에 견줘 오염도가 높아졌다.

대구 시내를 흐르는 율하천은 4.1ppm으로 2005년 1.7ppm보다 2배 이상 오염됐고, 달서천도 5.8ppm로 2005년 3.3ppm에 비해 크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오랫동안 정화작업을 펼쳐온 신천도 BOD 오염치가 3.8ppm으로 1년 전 2.8ppm보다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신천은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많이 정화된 것은 사실이나 유역이 시멘트로 이뤄져있고 유수가 직선화로 돼 있어 폭우시 홍수 우려가 상당하고, 생물종도 다양하지 않아 수달의 먹이를 인위적으로 방생하는 기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자연하천으로 복원 요구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 몇몇 도심하천의 사례처럼 여러 어종이 번식하고 양서류가 살 수 있도록 시멘트를 걷어내고 갈대 등의 수생식물을 이용해 하천의 자연정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7]한번 오염된 하천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하천의 하나인 동화천 유역에 개발을 한다는 것은 토지 이용과 생태환경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

동화천 유역 서변동, 연경동 지묘동 일대 그린벨트지역에 총 사업비 6천억원을 들여 6300가구, 약 1만8000명 규모의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을 건설한다고 한다. 건교부는 지난해 말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모든 형식적인 행정절차를 마치고 올 후반기 실시계획 승인을 할 예정이다.

사업영역인 동화천 일대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소하천이 훼손 돼 있듯 상류지역인 지묘동에 아파트가 있고 공산댐과 이로 인한 육지화 현상, 상류 쪽 시멘트 박스형 수로 등으로 인해 변형되긴 했으나 도심지 하천으로서는 드물게 여전히 자연적인 경관이 남아 있는 하천이다.

[#사진8]동화천 유역은 그린벨트지역이라 수질이 비교적 깨끗하고 주변에는 갈대 등의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일부 낚시꾼들이 손맛을 느낄 정도의 어류들이 분포하고 있어 다른 하천보다 복원이 손쉬운 곳이다.

동화천 이외에도 안심습지와 인접한 율하지역도 택지 개발지역으로 고시돼 있는데, 실제 미분양율을 감안한다면 대구의 아파트 공급을 위해 청정한 지역을 파괴할 필요가 없다.

실제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전국 최고치를 달하고 있어 8월말 현재 1만2000가구이다. 이러한 미분양 이유는 최고 도심지와 부도심지 주요지역에 대형주택 위주의 공급이 원인이다. 무조건적인 택지공급과 국민임대주택 공급이 주택난의 해결책이 아니라 도심내지는 부도심 지역에 분양을 조절해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미분양 수요를 감소시키면서 택지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택지개발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생활하수 유입 등으로 인해 금호강이 오염된다면, 낙동강의 두 번째 큰 지류가 금호강인 점을 감안할때 낙동강 수질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대구 중심을 흐르는 소하천인 신천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출했던 것을 교훈삼아 앞으로 안심천, 동화천 등지에 택지개발을 하더라도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다고 본다.

<박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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