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 랜스 암스트롱이 내한했다. 사이클계의 신화적인 존재라 불리는 암스트롱의 내한은 자전거 문화를 확산하고 암 환자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자전거 도로를 확산하는 등 전국적인 자전거 열풍 조짐이 보이고 있다. 환경도 살리고 내 몸도 살리는 자전거.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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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코리아’ 한국에서도 확산하자

매년 7월이 되면 프랑스에서는 자전거 열풍이 분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때문이다.
올해 94회째를 맞는 뚜르 드 프랑스는 7월 7일 영국 런던을 출발 벨기에의 겐트를 거쳐 프랑스 동부지역과 남부 지중해 연안을 따라서 20개 구간을 달리는 경기이다. 오는 29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입성하면서 3570Km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사진3]

뚜르 드 프랑스는 30℃ 이상을 오르내리는 뙤약볕 아래에서 프랑스 전역을 하루에 200km 이상을 역주하는 일종의 철인경기이다(주1).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주요 TV는 경기장면을 하루 종일 생중계하고, 각 언론들은 매일 그날의 경기 결과들을 스포츠 주요기사로 다룬다. 뚜르 드 프랑스가 지나는 구간의 도시들은 축제를 벌이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행사를 통해 자기 지방을 홍보하기에 열을 올린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가 바로 자전거타기이다(주2). 주말이면 파리 센느강변 도로를 막고 자전거나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모습이나 파리 인근 공원이나 숲속에서 가족단위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자전거 이용률은 점차 증가추세에 있는데, 2001년부터 파리시내의 자전거 이용률이 48%나 증가했다고 한다(주3).


파리 시민의 교통수단으로 성큼

뚜르 드 프랑스와 함께 파리에는 또 하나의 자전거 열풍이 불고 있다. ‘벨리브’(Vel Lib, 자전거 자유) 때문이다. 파리시청이 7월 15일부터 시작한 ‘벨리브’는 한마디로 자전거가 파리시민의 교통수단으로 되도록 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레저나 스포츠용뿐만 아니라 전철이나 버스와 함께 파리시민의 이동수단으로 정착시키려는 시도이다. 파리시장은 벨리브가 자연환경보호, 에너지 절약 그리고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리브’는 야외광고대행사인 JCDecaux와 멀티미디어 전문회사인 Publicis의 합작회사인 소무피(SOMUPI)사에 의해 운영된다. 우선 7월 15일부터 파리시내 750개의 자전거 보관소에 1만648대의 자전거를 비치,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30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30분의 이용 후에는 매 30분 초과마다 1유로의 요금이 부과되는데, 자전거를 한 사람이 독점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사진2]시행 첫 한 주동안 자전거 이용횟수가 하루 예상횟수보다 4만8000회가 많은 15만회를 기록(자전거대당 평균 사용횟수 12회)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시청은 9월초까지 자전거 보관소를 1000곳, 자전거를 1만4197대로 늘이고, 올해말까지 1451개 보관소에 2만600대 자전거를 비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전거 보관소는 대중교통수단과 연계가 가능하도록 전철이나 버스정류소 부근에 설치되었는데 매 300m 마다 하나씩 배치돼 1.2km 간격의 전철역보다 4배나 많다. 파리시청은 ‘벨리브’ 사업의 시행을 위해 이미 371Km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길을 마련했다.

유니섹스용으로 튼튼한 재질로 제작된 벨리브 자전거는 무게가 일반 자전거보다 4Kg 더 무거운 22kg나 된다. 3단 기어변속기를 부착해서 언덕길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했으며, 자전거 앞에는 물건들을 실을 수 있도록 바구니가 달려있다. 전자장치가 부착돼 있어 언제, 어디서, 누가 자전거를 이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장 차림의 자전거 탄 신사

파리시내를 다니다 보면 어디서나 독특한 디자인의 ‘벨리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침 출근시간에 점잖은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바구니에 싣고 여유있게 출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 보도에 의하면 벨리브를 탄 사람을 만나면 눈인사를 나눌 정도로 이용자간의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한다.

시행직후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사용자들은 자전거 보관소를 더 많이 늘리고 보관소당 자전거 비치능력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작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자전거를 비치할 장소가 없어서 주변의 다른 보관소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빈자리를 찾아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다시 전철을 타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전거 보관소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목적지 부근에 자전거 보관소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지 못하면 또 다른 낭패를 당하게 된다. 자전거 보관소의 위치들이 웹사이트에 잘 소개돼 있다고는 하지만, 전철이나 버스처럼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부근을 돌아다니거나 행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사진4]

파리시내에서 자전거로 30분이면 웬만한 곳은 갈 수 있기 때문에 30분 무료이용 제도를 잘 만 이용하면 항상 공짜로 자전거 사용이 가능하다. 프랑스 제3의 도시인 리용(Lyon)시는 이미 2년전부터 벨리브와 비슷한 자전거 대여제도인 ‘벨러브’(Velov)을 운영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리용에서는 벨로브 이용자의 95%가 공짜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인 자전거가 이제 대도시의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파리시의 ‘벨리브’와 리용시의 ‘벨러브’는 대중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업이다.

<이승유 주프랑스 홍보관·제공=국정홍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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