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리를 상상해 보라.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만약 머릿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천안문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떠올렸다면 당신의 상상 속 중국의 시계는 아마도 20세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21세기인 지금, 중국의 거리는 다양한 자동차들로 포화상태를 맞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문화를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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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의 수도 베이징은 교통지옥

중국의 수도 베이징. 인구통계 1700만명, 통계 밖 상주인원까지 합해 2000만명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의 수도. 그 수도의 첫 인상을 갖게 해주는 것은 아마도 도로의 풍경일 것이다. 아직은 한창 공사중이라 비좁은 수도공항에 내리면 중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수많은 인종, 수많은 사람들의 저마다의 희망을 안고 붐비는 공항을 나와 베이징 시내에 다가갈수록 끊임없이 보이는 수많은 공사장들은 중국이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되며, 뜨겁게 타오르는 중국경제의 활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내에서 당신을 눈을 맞이하는 것은 끊임없이 이어져있는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의 주변 환경보다는 자동차의 끝나지 않는 행렬이다. 끝없이 이어진 차들을 보며 세계 제1의 인구대국 중국을 느끼며 겨우 시내에 들어가게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무질서하게 지나다니는 자전거와 택시, 버스들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신호등과는 상관없이 거리를 횡단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는 놀라움으로 다가오고, 큰 교차로가 아닌 이상 신호와 상관없이 좌회전, 우회전으로 방향을 바꾸는 택시와 승용차를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모든 도로의 가장자리에 한 차선씩 존재하는 자전거 도로를 수시로 침범하는 버스들은 당신에게 두려움을 선사할 것이며, 모든 것이 엉켜서 혼란스러운 도로 속에서 중국인들은 나름의 질서와 나름의 실력들로 길을 나아가고 그 속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가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교통환경을 ‘카오스 속 질서’라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을까.


13억 인구의 이동수단은 얼마나?


▷1억5천만대 차량의 중국, 증가세는 계속

13억을 넘어 지금도 증가하는 인구대국인 중국의 자동차는 얼마나 있을까. 2007년 3월까지 통계된 중국 공안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내 등록된 차량의 수는 1억4838만대이며 이 중 승용차가 5천만대, 오토바이만 8천만대가 등록돼 있다.

전체인구 중 총 1억5천만명이 면허를 가지고 있고, 이 중 승용차면허를 가진 사람은 9700만명이다. 미등록된 수많은 차량들을 무시하더라도 남한의 인구와 맞먹는 중국의 승용차 대수와 일본의 총 인구보다 중국에서 면허를 가진 사람이 더 많다는 그 어마어마한 숫자만으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움은 진행형에 있다. 2005년 한해 동안 중국 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대수는 570만대이며, 이러한 매년 예상판매 자동차수는 더욱 늘어나 2020년 한해 판매예상 차량 수는 2000만대가 넘는다. 5천만 인구에 1천만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우리나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예상되는 중국의 자동차수는 인류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잘 정비된 도로를 무색하게 만드는 숫자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베이징의 도로는 그들의 계획경제 만큼이나 잘 정리가 돼 있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나라의 위상만큼 넓직넓직하다. 천안문을 중심으로 서울의 내부순환도로같은 순환도로가 4개 이상이 존재하고 도시 동과 서, 남과 북을 잊는 고속화도로가 잘 정비됐다. 막히지만 않는다면 도시 어느 곳이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멋진 도로망이지만 수용량을 초과하는 차량은 그 기능을 무색하게 만든다.

중국의 벌어진 빈부격차만큼 한국과 일본의 폐차직전의 중고차부터 최신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고가모델의 차량이 뒤엉켜 그 넓은 도로에 꽉차있는 모습이란 형언할 수 없는 경이감으로 다가온다.


베이징 대기오염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회색으로 칠하는 것은 베이징에서 놀라운 일이 되지 못한다. 베이징의 하늘은 항상 회색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대기오염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 베이징은 미세먼지 농도가 145㎍/㎥로 지난해 서울의 연평균농도(60㎍/㎥)보다 2배 이상 높으며 대기 속에 함유된 각종 화학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기준치를 몇 배 웃돌고 있다.

이러한 심각성 때문에 자크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일부 경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발언했고, 미국 올림픽대표팀은 한국에 올림픽대표팀 숙소를 마련하고 경기시에만 비행기로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인공강우를 뿌려 공기의 부유물질 농도를 낮추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비와 바람이 자주 오지 않고 건조한 자연적 환경은 공기 질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교통 환경문제 해결은 대중교통


▷지상교통 위주 한계 속 ‘시민의 발’ 버스

2000만의 인구가 이동하며 쏟아내는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는 중국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바로 대중교통의 활성화이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중국을 대표하던 자전거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 많은 홍보와 진흥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버스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버스운송의 질과 양을 늘려왔다. 버스운임에 엄청난 보조금을 투입 중국에서 버스를 타는 기본요금은 카드가 있을 경우 0.3위엔(한화 약 40원), 카드가 없어도 1위엔(한화 약 130원)만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교통 위주의 베이징 대중교통망은 수많은 차량과 인구 때문에 다들 어쩔 수 없이 이용한다고 한다.

▷대규모 지하철 개발로 환경과 교통 해결

이러한 지상교통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베이징시는 대규모의 지하철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의 지하철은 동과 서를 잇는 1호선과 도심을 원으로 순환하는 2호선 13호선의 3개 노선 52개 역으로 구성돼 있지만, 환승시설이 많이 불편하고 역의 숫자도 너무 적어 수송분담률이 매우 낮았다.

그러나 올해에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되고 내년에 공항지하철과 10호선이 개통해 56개의 지하철역 신설과 함께 노선 길이도 200Km로 길어진다. 2009년 4호선이 개통되는 등 베이징 시는 2020년까지 총 노선 516Km 19개 노선이 개통될 계획이다. 이는 런던의 지하철보다 더 긴 길이이다.

▷정부와 각 도시의 녹색교통 캠페인

이러한 계획이 하나씩 완성돼 가면서 베이징시의 대중교통이 지하철로 대폭 흡수돼 교통과 공기의 질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싼 대중교통요금 정책도 함께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상 사람들은 굳이 비싸고 느린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중국과 베이징시 정부는 지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녹색교통’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차 없는 날’ 등의 행사를 추진 실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 아젠다인 환경, 중심에 교통문화 있다.

중국은 2006년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됐다. 그 중 자동차 등의 운송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며 이러한 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13억의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에게 이러한 교통, 환경의 문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고, 중국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확충과 녹색교통 캠페인 등 오래전부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의 무질서한 문화가 바로 잡히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을 선택해 나갈 때 지금의 도로교통과 환경은 더 나아질 것이다.



인 / 터 / 뷰

[#사진2]중국의 교통문화에 대해 중국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베이징언어문화대학 대외한어교육전공의 왕건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 교수님은 학술교류로 인해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다년간 생활했다고 하셨는데, 교통문화 특히 자동차 문화의 각국의 차이점을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한국과 일본의 교통 모습은 제가 보기에 많은 부분 비슷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도로가 좁고 차들이 작고 예뻤습니다. 도로는 직선으로 뻗어있는 베이징과는 달리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비교적 잘 정돈 돼 있었고,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문화가 매우 질서정연했습니다. 미국은 그 땅의 넓이만큼 도로가 매우 넓었고 차들의 크기도 대형차 위주로 크고 아름다웠지만 차들이 너무 빠르게 다녔고, 수도 많았기에 사고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중국은 그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차의 디자인 면에서도 많이 부족하지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신호를 무시하는 바람에 너무 질서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세계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베이징의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베이징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대기오염의 정도는

대기오염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고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기와 기관지 문제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하늘을 회색으로 그리는 등 비가 자주오지 않아 건조한 날씨에 너무나 많은 사람과 차는 공기를 오염시켜 살기에 매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 유학 온 외국 학생들 대부분은 인후통을 신고의례처럼 겪기도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제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올림픽 준비 노력 등으로 몇 년 전부터 대기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봄철 3~4주간 지속됐던 황사도 올해에는 1~2주 정도밖에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예년에 비해 점점 나아지고 있지요. 여름철에도 비가 거의 안 왔지만 올해는 인공강우 등으로 공기의 부유물질이 많이 걸러졌습니다.

- 피부로 느끼는 베이징시의 대중교통 상황은
현재 버스 위주의 대중교통은 출퇴근 시간에 승용차들과 섞여 너무나 많은 정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계속 지하철이 개통되기 때문에 완전히 개통된 이후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중교통 요금은 너무나도 저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베이징은 중국의 도시 중에서도 대중교통 요금이 가장 쌉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차를 타고 다닐 이유가 없도록 대중교통이 바뀔 것으로 희망합니다.

<심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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