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금오산도립공원 잔디밭 아래 주차장에서 연 '다(多)문화축전'은 '아시아의 빛'을 주제로 삼았지만 결혼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 단체가 참여하지 않아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구미시는 13~14일 신라불교의 최초 전래지란 역사성과 아시아 노동자들의 일터란 산업적 의미를 담아 문화 소통의 길을 구미가 열어가겠다는 뜻으로 이번 축전을 마련했지만 구미역사의 정체성은 물론 다문화의 의미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구미시는 등산객들이 많은 주말을 이용해 금오산 입구에 축제장을 마련, 관람객을 모으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축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3~14일 금오산 경북도자연환경연수원에는 ‘매일 한글 백일장’과 ‘제13회 자연사랑 열린마당’이 열려 수천 명의 어린이들과 참가자들이 금오산을 찾았으나 대부분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하산했다.

축제장에는 다양한 부스가 마련됐지만 어린이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관람객들은 국내 대부분 축제에서 볼 수 있는 '도자기 체험장'이나 '흙 놀이 체험장'에 집중적으로 몰려 구미 지역의 전통문화를 살린 특별한 체험은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악기 체험장'이나 '전통의상 체험장' 등에는 몇 개의 악기 외에는 대부분 진열한 채 관람하도록 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구미시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민지나 이주노동자들은 이번 축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축제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구미시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40여명은 다문화축전이 열린 13~14일 문광부의 지원으로 남해안 지역의 남도여행을 떠나 다문화 축전에 참여하지 못했다.

구미결혼이민자 지원센터는 지난 7월경 문광부에 ‘남도여행’을 신청했으나 구미시는 당시에 결혼이민자의 다문화축전 참여 여부 등을 전혀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등 구미지역 3개 이주노동자지원 단체들도 다문화축전에 공식 불참해 축전 행사장에는 개인적으로 찾은 수십 명의 외국인들만 눈에 띄었다.

구미지역 이주노동자지원단체들은 1주일 전 같은 장소에서 '아시아인의 문화축제'를 열어 구미시에는 비슷한 성격의 문화축제를 연거푸 개최해 예산낭비 지적도 일었다.

구미시는 지원단체가 축전에 참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행사에서 제의했지만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는 결국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관계자는 “‘아시아의 문화축제’와 구미시의 ‘다문화 축전’은 의미에서도 서로 상통한다.”며 “아시아의 문화축제가 외국인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구미시민들이 구미문화를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된 반면 ‘다문화 축전’은 일방적인 구미의 축제로 끝난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구미시 관계자는 “이번 축전은 시민 화합과 구미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처음 행사인 만큼 지적된 문제점들은 차후 보완하고 앞으로 뚜렷한 축제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미=김기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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