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금요일 베이징의 언어문화대학에서 중국어 연수를 하고 있는 윤춘기씨(23)는 주말을 맞아 여행을 오는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된 출발시간은 11시로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2시간이면 충분하기에 한시간의 시차를 고려한다면 12시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부모님은 오후 2~3시가 돼도 도착하지 않았다.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의 한두시간 연착은 예삿일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한치앞이 보이지 않던 하늘을 보며 불안함을 감출 순 없었다. 안개로 인해 3시간 연착일 것이라던 비행기가 베이징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가 훨씬 넘어서였다. 예정보다 7시간이 훨씬 넘게 기다려야 했던 윤춘기씨의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올림픽 성공개최에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기사가 언론에 대서특필 되던 날인 26일의 하늘은 마치 보고서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안개로 뒤덮였고, 베이징의 주 오염원인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들을 모두 간직한 채 스모그로 변했다. 강한 스모그는 주변의 항공교통을 마비시켰고 평일 1300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오후 6시까지 이륙한 비행기는 단 5대 뿐이었다. 언제 출발할지 취소인지 연착인지 등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탓에 승객들은 발만 동동구르며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안개속 기약없는 기다림에 승객들 대부분은 분노했고 일부 비행기는 취소가 돼 집으로 돌아가는 승객들도 다반사였다. 27일 밤부터 내린 비로 28일 일요일 낮이 돼서야 파란 하늘을 드러낸 베이징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올림픽 성공개최가 가능할지 문제는 CNN을 비롯한 수많은 언론과 사람들의 입을 통해 회자됐다.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으로 WHO가 정한 미세먼지 안정기준치를 몇배씩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러한 오염은 지형적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써 바람이 오염물질을 시외로 씻어내지 못한 채로 자동차 매연 등이 그대로 갇혀서 발생하게 된다.

베이징시 당국은 올림픽 기간 이러한 대기오염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량 2부제 및 인공강우, 오염유발 공장을 시외로 옮기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자연과의 싸움이 쉽지많은 않은 상황이다.

<중국=심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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