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가을 나뭇잎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 웃고 있다. 새구미로타리클럽, 구미 YMCA, 관심교회가 사랑의 힘을 한데 모았다.

눈빛이 초롱초롱한 어린이들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들이 새로 지은 구미 고아지역아동센터는 해체, 결손 가정이 많은 농촌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잃었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한 복지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고민들을 덜어주며 부족한 학습지원으로 어린이들의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이 복지시설은 구미지역 민간단체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재원 지원 없이 건축한 것이다. 온전하게 사랑의 힘으로 건축된 이 시설은 지역사회 복지 증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아지역아동센터는 2005년 4월 고아읍 관심1리 마을회관을 활용해 운영했다. 시설이 비좁고 열악해 이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문틈을 비집고 들이치는 겨울 찬바람에 시달리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들 어린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지창무 새구미로타리클럽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116㎡ 규모의 고아지역아동센터 건축에 소요된 4천여 만원의 예산을 후원했다.
관심교회는 교회부지 일부를 무상 제공하고 구미YMCA는 센터 운영을 맡았다.

지난 12일 준공식에 이어 새구미로타리클럽은 고아지역아동센터와 자매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협력과 후원까지 약속했다. 민간단체의 모범사례는 가을 서리를 모두 데워 하늘로 날려버릴 만큼 온기가 느껴진다.

오래 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장천면의 영남보육원을 찾은 일이 있다. 당시 봉사단체 일원으로 과자 등 이것저것 위문품을 구입해서 그 곳을 찾았다. 그 때 멀리서 우리 일행을 맞은 어린이들의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우리 일행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어린이들은 저만치서 다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더러는 겁먹은 얼굴로 우리 일행을 지켜보았다.    

지금도 그 어린이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의 부족’으로 인한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부모를 잃었거나 부모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쉬이 아물지 않는 마음의 상처로 인해 어른들을 경계하는 것이리라.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은 우리들의 미래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이 늘 유지되는 것만은 아니다. 속도의 경쟁인 현대사회는 각종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언제 어떻게 우리 자녀들이 홀로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젠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어린이들이 커다란 고통을 치유하고 부족한 사랑을 채워가는 사회복지시스템이 하루 빨리 갖춰져야 한다.

부모가 없어도 이웃이 그들 어린이들을 지켜주는 사랑, 그들이 홀로 서기에 버겁지 않도록 지원하는 애정, 그들 스스로 홀로 일어서 국가와 인류공영의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하기까지 사회의 아낌없는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그런 복지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가진 자들이 사랑의 온기를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국의 부호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는 “우리가 쌓은 부는 이제 세계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교육, 복지사업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쌓은 부를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미국의 정신’이라고 그들은 주창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힘이요, 우리가 반드시 배우고 넘어가야 할 사랑의 정신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