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조선백자와는 다른 멋
도자의 질감 온몸으로 체험


※ 클레이아크(ClayArch)란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의미하는 아크(-Arch)의 조합어로 과학과 예술, 교육, 산업의 협력을 통한 건축도자(Architectural Ceramic) 분야를 말한다.

[#사진2]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에 위치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을 찾아간 날, 가는 길목에서 가야의 대표적 문화인 김해분청도자기 축제를 먼저 만났다. 도로를 막고 양 길가에 임시 상점을 열어 토기장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토기를 팔고 있었다. 이름을 걸 수 있을 만큼 자신 있다는 것으로 내비쳐졌다. 그것이 바로 장인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분청도자기축제는 옛 가야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 관광 상품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자 매년 10월 축제를 벌인다. 가야토기, 찻사발 등 다양한 전시품들은 저마다 고운 자태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사실 분청도자기는 빛깔이나 모양에서 투박함이 느껴진다. 고려청자의 영롱한 빛깔이나 조선백자의 단아하고 지조있는 생김새와는 달리 회청색의 멋이 있으며 새겨진 무늬 또한 천진난만한 익살이 깃들여 있다.

흙 물 불 나무로 빚은 도자기
분청사기의 특징은 백토분장기법과 그 무늬에 있다. 백토분장기법이란 정선된 백토를 그릇표면에 바름으로써 원래의 회색의 태토가 드러나지 않으며 때로는 백토를 바른 후 조각을 하거나 긁어내 무늬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기교가 없이 아무렇게나 백토를 긁거나 조각한 것 같으면서도 기교가 흐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분청사기란 분장회청사기의 준말로 일본인이 부르던 의미 모호한 미시마(三島)라는 명칭에 반대해 고유섭 선생이 백토분장과 회청색의 특징을 근거로 분장회청사기로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사진3]

도자기의 구성요소는 흙, 물, 불, 나무로 가장 원초적인 자연이다. 흙과 물로 반죽하고 빚어 모양을 낸 도자기를 다시 흙으로 만든 가마에 나무를 넣어 사흘 밤낮 불을 때면 도자기가 잉태된다. 가마를 어머니의 출산에 비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게다가 사람의 손길을 거친다 하기 보다 자연의 손길을 더 많이 거치는 것이 도자기다. 분청자기를 보면 가장 자연친화적인 모양새와 빛깔을 가진 도자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도자와 건축 그리고 예술의 결합,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축제장을 지나 10여 분을 걸어 올라가니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 보인다. 수천 개의 색깔 타일이 원형 건축물인 미술관 벽을 둘러싸고 있다. 5036장의 타일은 직접 손으로 그려 제작한 대형 타일로 미술관 벽에서 시멘트나 나무의 질감이 아닌 도자기의 질감과 체온이 느껴졌다. 도자와 건축의 만남을 모토로 하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으로 2006년 3월 24일 개관해 6개월마다 새로운 전시를 기획해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사진4]

외부의 대형타일은 흡사 유럽 미술관 같은 운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건물 자체가 도자이나 회화이기 때문이다. 건축물 내부를 채운 것도 온통 도자로 만든 작품들이다. 산양의 뿔과 소의 얼굴을 뒤섞은 상상의 동물 머리들이 1층 중앙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살아있는 생생한 표정의 도자기는 흙으로 빚어 구웠다고 믿기 어려웠다. 2층 전시실을 가득 채운 작품들은 총천연색 상상의 동물로 작가 신상호는 아프리카를 영원과 생명의 땅이라 보고 생명의 근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흰백색은 물론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적인 색을 선보인 도자기 작품은 지금까지 갖고 있던 도자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했다.

흙은 우리의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소재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흙으로 두꺼비집을 만들며 느꼈던 따스함처럼 말이다. 클레이아크 미술관에서는 직접 도예체험을 해볼 수 있다. 흙을 자르고 손으로 두드리고 모양을 내며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나 해봤음직한 흙으로 만들기를 재현하며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낀다. 흙이 인간에게 주는 친근함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미니 인터뷰>
분청사기의 맛을 보여드리지요
유혜숙 경상남도청 문화관광체육국장


[#사진1]‘김해도예촌’ 조성 프로젝트 제1차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것이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다. 그만큼 김해는 도예의 고장이다. 흔히 도자기하면 경기 이천, 광주를 아우르는 경기도 도자기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서민의 멋을 한껏 살린 분청사기는 누가 뭐래도 경남 김해를 꼽기 마련이다. 누구보다 김해 분청사기에 자부심이 큰 유혜숙 경상남도청 문화관광체육국장을 클레이아크 미술관에서 만났다.

“김해는 분청도자기로 유명한 고을입니다. 1년에 한번씩 올해로 12회째 축제를 하고 있지요. 세계 최초 도자미술관인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생긴 것도 도공들이 많다보니 계기가 된 것이구요.”

클레이아크 미술관은 세계에서 제일 특이한 하나 밖에 없는 미술관이다. 유혜숙 국장은 “시민들이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생긴 것을 보며 자부심이 크죠.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이태리, 프랑스의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구요”라 말하며 뿌듯함을 내비친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는 자신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서울에서 멀고 이천도자엑스포만큼의 규모는 아닌 듯 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유 국장은 단호하게 “분명 차별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천이나 광주 쪽은 백자, 전라도는 청자, 여기는 분청도자기입니다.”

분청사기는 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인 15, 16세기에 번성했던 생활자기의 하나로 투박하지만 형태와 문양이 자유롭고 표현이 분방한 자기의 종류다. 이것이 유 국장이 말하는 차별성이다.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크다.

경남도는 미술관 주변을 분청도자기와 아울러 제2단계 도예촌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미술관 주변 400만평을 도예촌으로 조성해 진정한 도예 고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하며 유 국장은 “그렇다면 관광도시로써 면모를 갖추지 않겠느냐”고 외려 반문했다. ‘도예 고장, 김해’를 주목한다.

<김선애 기자ㆍ사진=유상희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