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 야생동물병원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개나 고양이가 길가에 버려진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만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산에 사는 고라니와 너구리 같은 야생동물들도 도로를 건너다가 차에 치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많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다치는 새들도 있고, 물고기 사냥을 하는 새들은 사람들이 버린 낚싯바늘을 삼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또 멧돼지가 밀렵꾼이 놓은 올무에 걸려 목숨을 잃는 일도 많다.

이렇게 다친 동물들을 그대로 두면 대부분 죽고 만다. 동물들이 스스로를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동물들을 구조해서 치료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곳이 야생동물 병원이다. 사람들이 점점 많은 땅을 차지하면서 더욱 살기 힘들어진 야생동물들에게는 마지막 피난처 같은 곳이다. 이 책은 작가가 야생동물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야생동물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고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기회를 줄 것이다.

동물의사 선생님과 야생동물 병원 사람들의 감동적 이야기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야생동물 병원에서는 끊임없이 일이 이어진다. 입원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교통사고를 당한 고라니를 구조하고 올무에 걸린 멧돼지를 풀어 주고 황조롱이에게 새 날개깃을 달아 주는 수술을 하다 보면 하루해가 모자랄 지경이다.
어느날은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해 보니 쇠기러기 수십 마리가 논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 기러기들을 잡으려고 농약에 담근 볍씨를 뿌려 놓은 것이다. 하지만 분노할 새도 없이 급히 해독제를 주사하고 병원으로 쇠기러기들을 데려와 치료한다. 게다가 독수리들까지 죽은 쇠기러기를 먹고 농약에 중독돼 버려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진다.

야생동물병원 식구들은 쇠기러기와 독수리를 하나라도 더 살리려고 애를 쓴다. 다친 동물들을 볼 때마다 동물의사 선생님과 병원 식구들은 너무나 안타깝다. 동물들을 다치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치료를 받고 회복한 동물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때 병원 식구들은 가장 기쁘고 힘이 난다고 한다. 야생동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물의사 선생님과 병원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선사한다.

밀착 취재 바탕으로 한 사실감 있는 표현
이 책의 작가는 철원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기관에서 두 달 남짓 생활했다. 다친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청소도 하고, 농약에 중독된 쇠기러기들을 구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그만큼 이 책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이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소박한 글과 그림이 야생동물 병원에서 하는 일들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려 주며 작가가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전해 준다.

<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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