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어심

[#사진1]충남 태안 앞바다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띠가 11일 사고 발생 5일째로 접어들면서 ‘게릴라’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류 등의 영향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일정하게 퍼져가던 기름띠가 적은 양의 기름 덩어리로 흩어져 이리저리 옮겨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해경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게릴라성 기름 덩어리는 사고 지점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내파수도·외파수도 일대까지 확산됐다. 북쪽으로는 태안화력발전소 앞 20㎞에서 발견되는 등 전체적으로 해안 70㎞에 걸쳐 기름 덩어리들이 곳곳에서 떠다니고 있다. 기름 덩어리들은 이날 오후 남쪽으로 60㎞ 지점인 보령앞바다 인근까지 접근, 서해 전체로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름 덩어리가 양식장이나 어장을 덮치면 물 위에 형성된 유막으로 해산물이 집단 폐사될 수 있다. 이홍집 충남도 해양수산과장은 “기름 덩어리에서 생겨난 엷은 유막만 덮쳐도 양식장 등 어장은 못쓰게 된다”며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기름 덩어리들이 보령 앞바다는 물론 홍성·서천 앞바다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름 덩어리가 호남 서해안은 물론 남해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천수만 일대의 기름 피해도 이런 기름 덩어리들에 의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11일 기름띠 확산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12일이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조류의 속도도 가장 빠른 ‘9물’이기 때문에 확산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이장훈 상황실장은 “조류의 속도가 빠르면 진폭이 커지는데 진폭은 해안을 따라 북동과 남서방향으로 3마일씩 6마일 정도가 될 것”이라며 “바람이 강하면 기름이 오일펜스를 타고 넘어가고 조류가 강하면 기름이 오일펜스 밑으로 지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안선을 따라 양식장과 해수욕장의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당국은 현재까지 양식장, 어장 등 모두 7606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경방제대책본부는 경비정과 방제정 등 선박 220여 척과 항공기 5대, 군인 경찰 주민 자원봉사자 등 인력 1만3000여 명이 동원돼 해상과 해안에서 방제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오염을 막기 위해 물길이 흘러드는 안면도 연륙교 해상에 1㎞의 오일펜스도 추가로 설치했다.

한편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충남도 등 지자체는 해안방제, 자원봉사자 활동지원, 어장·양식장 보호, 현장의료지원 ▷국방부 및 소방방재청은 방제장비 및 인력동원 ▷건교부는 방제작업 항공기의 항공교통 관제 ▷환경부는 야생동물 구호, 영향 및 피해 조사 ▷법무부,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는 필요시 외국 방제장비 및 인력 등의 입출국, 통관, 검역 등을 협조하기로 했다.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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